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인 중국의 CATL이 지난해 한국 배터리 ‘빅3’를 압도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CATL은 주력 제품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 저가 공세에 나서고 있어 국내 배터리 3사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에너지 리서치 기관 SNE리서치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CATL의 지난해 매출은 3286억 위안(약 62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2% 증가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25조 5000억 원), 삼성SDI(20조 1000억 원), SK온(7조 6000억 원)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매출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 10조 원가량 많은 수치다.
순이익도 국내 3사를 훌쩍 넘어섰다. CATL의 지난해 순이익은 307억 2000만 위안(약 5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92% 올랐다. 이 역시 국내 배터리 3사의 순이익을 압도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의 순이익은 각각 7700억 원, 2조 원이었다. SK온은 1조 원대 순손실을 나타냈다. 시장점유율 격차도 벌어졌다. CATL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37%로 전년 대비 4%포인트 올랐다. 2위 LG에너지솔루션은 23%로 같은 기간 6.5% 하락했다.
CATL의 높은 이익은 다시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CATL의 지난해 연구개발에 1년 사이 102% 오른 155억 위안(2조 9000억 원)을 썼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각각 8000억 원, 1조 원을 지출했다.
한편 중국과 격차가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3사도 중국이 장악한 LFP 배터리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싸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주로 생산했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국내 업체들도 관련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1위 CATL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에서 CATL발(發) ‘치킨게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배터리 산업 호황이 흩어지지 않을까 두렵다”고 밝혀 배터리 확장 과열에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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