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맥도날드 직원들은 일터에서 한 사람 당 500㎖ 페트병 55개와 컵뚜껑(리드) 67개를 몸에 달고 움직인다. 체력 키우려는 훈련은 아니다. 황당한 ‘이 상황’의 비밀은 바로 직원들이 입는 옷에 있다. 한국맥도날드 직원 유니폼 외투가 매장에서 버려진 플라스틱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의류이기 때문이다. 몸에 걸치면 뿌듯한 이 옷을 위해 한국맥도날드와 아웃도어 업체 BYN블랙야크그룹은 1년간 머리를 맞댔다.
외식과 패션의 ‘이색 만남’을 주도한 하경환 한국맥도날드 수퍼바이저와 정회욱 BYN블랙야크 리더는 2일 서울경제와 만나 “매장에서 나온 쓰레기를 다시 매장에서 사용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들이 만든 유니폼은 올해 전국 400여 개 맥도날드 매장에 도입됐다. 하 수퍼바이저는 "북미나 유럽에서 친환경 소재는 이미 익숙하지만, 자국 폐기물을 사용하지 않고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 나온 폐플라스틱을 쓴다"며 이번 협업의 의미를 강조했다.
친환경 유니폼 개발은 ‘리드’라고 불리는 '컵뚜껑' 처리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맥도날드는 2020년 전국 매장에서 빨대를 없애고, 컵 위에 씌우는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뚜껑을 도입했다. 한 달간 버려지는 뚜껑의 양은 1톤 이상.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대안이 또 다른 플라스틱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정 리더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인 빨대는 열로 녹이면 강도가 낮아 쉽게 뒤틀리고 색이 바뀐다"며 "반면 뚜껑은 페트 소재로 업사이클링에 적합하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유니폼의 외피는 내구성이 강한 페트병, 내피는 보온성이 높은 뚜껑을 활용해 제작한다. 디자인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야간에 들어오는 식자재를 상·하차 하거나 냉동 창고에서 일하는 직원을 위해 빛이 분산되지 않고 본래의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재귀반사 필름’을 부착한 게 대표적이다. 기업이 만든 쓰레기를 기업이 거둬들이는 'K에코'에 글로벌 맥도날드 본사도 관심을 보이며 유니폼 샘플을 요청하기도 했다.
친환경을 위한 양사의 노력은 유니폼 외에도 계속되고 있다. 하 수퍼바이저는 "커피 찌꺼기를 우유 협력사의 농장에서 사료로 활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 중"이라며 "외식 기업으로서 선순환 체계 구축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BYN블랙야크는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협업 사례를 늘리며 친환경 의류 공급 체인의 연결고리가 되겠다는 목표다. 정 리더는 "사용돼야 가치가 있기 때문에 원가가 2배 높은 친환경 의류의 판매가를 일반 제품과 동일하게 맞추고 있다"며 "이를 통해 현재 전 제품의 30%가량인 친환경 의류 비중을 50%까지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