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봇 역성장→매출 2년 34%…K로봇 폭발 성장 시작 [biz-플러스]

◆로봇 15개사 두자리 매출 성장 시작

대중화 가속…성장 본궤도 진입

삼성·현대차도 기술특허 2배 늘어

두산 IPO 발판삼아 유럽시장 진출

HD현대 中서 산업용로봇 첫생산

글로벌 인력 부족·인건비 상승에

노동대체재로 '로봇 산업' 급부상

현대차가 인수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국내 로봇 기업들의 매출이 수년 전 역성장을 하다가 최근 2년 연속 15% 안팎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로봇 산업은 산업용 로봇 강자인 일본 등에 밀려 그동안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지만 최근 매출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신성장 산업 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두산로보틱스·레인보우로보틱스(삼성전자 지분 투자)·로보티즈(LG전자 지분 투자) 등 국내 주요 로봇 기업 15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의 매출은 1조 2119억 원으로 전년(1조 567억 원) 대비 14.7% 올랐다. 전년도 매출 상승률이 17.2%였던 점을 감안하면 2년 간 34%나 성장했다. 2019년에는 14% 역성장 했고 2020년에는 0.1% 오르는 데 그쳤다.

업체별로 보면 국내 협동로봇 1위인 두산로보틱스는 2018년 98억 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449억 원으로 4배 넘게 뛰었고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로 이름이 알려진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 기간 매출이 10억 원에서 136억 원으로 13배 이상 올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성장 사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매출이 특정 시점에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로봇 산업은 시장 침투율(잠재 시장 대비 매출)도 5% 안팎에 불과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동안 정체기를 겪었던 국내 로봇 산업이 기지개를 켜는 것은 기술력 발전으로 로봇 1대당 생산 가격이 낮아지는 반면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등으로 수요는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전 세계 산업용 로봇 대당 단가는 2019년 3만 6000만 달러 수준에서 2021년 3만 달러까지 내려왔다. 대당 수천만 원 하던 협동로봇도 종류에 따라 수백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상호 작용이 가능한 로봇으로 일본이 장악한 산업용 로봇과 달리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는 분야다.

키친로봇 개발사 애니아이의 황건필 대표는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으로 로봇 기술이 진전되면서 로봇 대중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로봇 15개사=두산로보틱스(비상장)·레인보우로보틱스·로보티즈·로보스타·에스피지·큐렉소·에스비비테크·뉴로메카·휴림로봇·미래컴퍼니·유진로봇·유일로보틱스·에브리봇·알에스오토메이션·로보로보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어진 로봇 부문 투자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국내 식음료(F&B) 사업의 강자인 롯데조차도 인건비 부담을 이대로 두면 정상적인 사업이 어렵다고 판단할 정도로 로봇을 통한 인력 대체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인건비 상승은 최저임금 시간당 1만 원 돌파를 앞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016년 5달러에서 2020년 6.5달러까지 올랐고 멕시코와 베트남 역시 같은 기간 26%, 25%씩 상승했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다수 선진국들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거나 진입을 앞두고 있다는 점,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글로벌 생산 거점인 중진국 국가들의 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점 등을 감안하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로봇의 수요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신산업에 목마른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이 같은 성장성에 주목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전 세계 최대 로봇 수요 국가였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노동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활용 대수는 약 1000대로 글로벌 평균치(1만 명당 141대)보다 훨씬 많았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이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인 기업들이다. 이 시장을 화낙·야스카와전기·가와사키중공업 등 일본 기업이 독점해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이런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로봇 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다. 국내 한 대기업의 신성장전략 담당 임원은 “인공지능(AI)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단순한 조립은 물론이고 고도의 제조업 공정과 서비스업 등에도 로봇이 활용될 수 있다는 확신이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협동로봇 1위인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2500억 원 안팎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입을 통해 1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해 유럽 시장 개척에 쓰기로 했다. 두산로보틱스의 매출 중 해외 비중은 70% 이상이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에 미국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에는 유럽 법인 설립을 완료해 글로벌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두산은 이날 미국 최대 산업 자동화 솔루션 기업 로크웰과 함께 협동로봇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국내외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 제조업 생산 설비 자동화 시장에 공동 진출한다.



HD현대 자회사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중국 장쑤성에 생산 기지를 설립하고 3월 첫 번째 산업용 로봇 생산을 시작했다. 대당 1억 원이 넘는 산업용 로봇을 연간 3000대 정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인 중국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중국 생산 기지를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는다.

반도체 분야가 아니면 국내 기업 지분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 삼성전자도 올 초 로봇 벤처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이례적으로 58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로 꼽히지만 이족 보행 로봇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식음료 등 서비스로봇을 주로 찾는 롯데도 로봇 스타트업 지분 투자를 늘리고 협력 확대를 시작하고 있다. 올 2월 햄버거 패티를 굽는 로봇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고 2020년 롯데벤처스가 서빙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에 투자하며 실제 서빙로봇을 국내 일부 매장에서 운용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에 비해 작고 저렴한 협동로봇도 제조업에서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조선소들이 잇따라 협동로봇을 도입해 간단한 용접 등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 철강 업계에서도 협동로봇을 이용한 강판 가공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로봇 관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분석 결과 국내에서 출원된 지능형 로봇 특허는 2017년 1061개에서 2021년 1731개로 63% 늘었다. 특히 기존 로봇 사업을 하지 않는 주요 대기업들이 지능형 로봇 특허 출원을 늘리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지능형 로봇 특허를 16개 등록했는데 2020년 65개로 늘어났다. 2021년은 48개이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특허가 있어 추가로 실적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도 2017년 13개에 불과했던 지능형 로봇 특허를 2021년 37개까지 늘렸다.



2021년 현대차그룹이 ‘로봇개’로 유명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1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시장에서는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보행로봇 기술력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회사에 기업가치 1조 원을 쳐준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2년여 만에 로봇 기업의 가치는 그야말로 수직 상승했다. 당장 두산로보틱스가 기업가치 1조 원으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2021년 12월 기관투자가에게 투자를 받을 때 평가 받은 몸값이 4000억 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두 배 넘게 가치가 뛴 셈이다.

실제 증시에 상장된 로봇 기업들의 몸값이 최근 급격하게 뛰고 있다. 국내 상장된 주요 로봇 기업 10곳의 2021년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 3402억 원이었는데 4월 28일 종가 기준 시총은 4조 4175억 원으로 88% 올랐다.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로 잘 알려진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로보티즈·로보스타·에스피지·휴림로봇·미래컴퍼니·유진로봇·에브리봇·알에스오토메이션·로보로보 등이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외시장에서도 로봇 산업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벤처캐피털(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30일 “금리 인상과 불경기로 벤처 투자 자금 공급이 꽉 막혀 있지만 로봇만은 예외로 오히려 투자자들이 몰려 ‘대기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최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근로자들의 대규모 확진과 공장 폐쇄 등을 경험한 세계 각국이 최근 로봇 구매를 크게 늘렸다는 평가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은 2018년 42만 대가 설치된 후 2019년·2020년 39만 대로 역성장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51만 대로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로봇 판매도 2021년 12만 대로 전년 대비 37% 성장했다. 물류로봇과 의료로봇 역시 같은 기간 44%, 23% 판매가 늘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판매 성장률이 높다. 2021년 유럽과 미국 시장의 전문 서비스로봇 판매는 각각 22%, 51% 올랐다. IFR은 산업용·서비스로봇 시장은 2021년 300억 달러에서 2025년 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2020~2025년 전체 로봇 시장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17%로 관측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