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 람의 올해 기세가 심상치 않다. 1일(한국 시간) 멕시코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멕시코 오픈에서 2연패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준우승 상금 83만9300달러를 받아 시즌 상금을 1446만2840달러(약 194억 원)로 늘렸다. 아직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PGA 투어 단일 시즌 최다 상금 신기록을 세웠다. 이런 추세라면 시즌 상금 2000만 달러 시대도 가능하다.
람은 사실 신체적 핸디캡이 있다. 발이 안쪽으로 굽은 ‘클럽풋’(Clubfoot; 내반족)을 가지고 태어난 탓에 출생 직후 수술을 받아야 했고 지금도 오른다리가 약 1.5cm 짧다. 맞춤형 골프화를 착용하고 있지만 발목의 유연성이 부족해 엉덩이 회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탓에 그의 백스윙은 PGA 투어 선수 중에서 가장 작다.
몸통에 충분한 꼬임을 줄 수 없었던 람이 그 대안으로 찾은 건 손목이다. 백스윙 때 왼손목을 구부려 파워를 축적하는 것이다. 굽혀진 손목은 강한 상체와 함께 클럽을 강하게 끌어내리는 원천이다.
지난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마스터스 최종일 7번 홀에서 티샷을 날리는 람의 사진은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임성재 등을 지도하고 있는 최현 코치는 “더스틴 존슨이나 콜린 모리카와의 손목 동작도 이와 유사하다”며 “이렇듯 손목을 미리 구부린 채 다운스윙을 하면 파워 페이드 샷을 날리는 데 유리하고 부상 방지 효과도 있다”고 했다.
람이 장타를 날리는 또 다른 비밀은 빠른 백스윙이다. 람의 백스윙은 작을지 몰라도 속도는 아주 빠르다. 이는 그 반대 동작인 다운스윙도 빠르게 해 스윙 스피드의 증가로 이어진다.
람은 이런 노력의 결과 진짜 ‘람보’가 됐다. 이번 시즌 PGA 투어 비거리 부문 9위(312.2야드)를 달리고 있다. 좌우 움직임이 거의 없는 스윙은 정확성이 중요한 아이언 샷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그린 적중률은 2위(73.85%)를 기록 중이다. 신체적 핸디캡을 장점으로 승화한 것이다.
모든 사람의 스윙이 똑같을 순 없다. 예쁘거나 완벽해 보일 필요도 없다. 자신이 가진 신체조건에서 어떻게 하면 똑바로 멀리 칠 수 있는지 고민하면 된다. 람에 앞서 짐 퓨릭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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