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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마약퇴치에 여야 없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학생 노리는 낯선 음료! 절대 마시지 마세요’

얼마 전부터 대치동 학원가에 붙어 있는 문구다. 최근 무료 시음회를 빙자해 마약이 든 음료를 학생들에게 마시게 한 사건이 일어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마약은 지금까지 일부 어른들의 일탈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10대 수험생마저 대상이 됐다니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15년 전 일본의 한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할 기회가 있었다. 어느 날 일본·중국 검사들과 마약 범죄의 처벌 수준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됐다. 그런데 중국 검사가 하는 말에 필자와 일본 검사가 크게 놀랐다. 중국에서는 마약 공급 사범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까지 하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고 중국에서는 왜 마약 범죄를 그렇게 강력하게 처벌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역사적 배경에 대해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되는 면이 많았다. 마약 때문에 나라가 망한 경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아편전쟁에서 패해 나라를 강제로 개방하게 됐고 홍콩 땅을 150년간 빼앗기기까지 했다.



마약으로 나라가 망하는 문제는 19세기 초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신종 마약의 일종인 펜타닐의 원료 공급처로 중국을 지목하면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펜타닐 원료 물질을 중국에서 공급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에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무엇 때문일까. 200여 년 전의 중국처럼 마약이 국가의 뿌리마저 뒤흔들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일 것이다.

우리 정부에서도 최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관세청·경찰·검찰 등을 동원해 수입과 유통 사범을 뿌리 뽑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검찰에서는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수입 사범 수사만 할 수 있었던 것을 공급 사범까지 수사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했다. 하지만 제도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9세기 초 중국에서도, 펜타닐 문제로 고민하는 현대 미국에서도 제도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전쟁도 불사했고, 그렇지 않아도 관계가 껄끄러운 나라를 자극할 수밖에 없는 발언을 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 스스로 마약에 대해 강력한 경각심을 갖는 것이다. 거기에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더불어 공급 네트워크에 대한 사회적 감시망이 필요해 보인다.

마약은 이제 개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아니다. 여야가 대립하거나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도 아니다.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대항해야 하는 국가의 존립에 관한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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