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된 가운데 여행자보험 가입 건수가 코로나19 확산 전인 2020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해외 카드 사용도 전년 대비 1조 6000억 원 늘어나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고객들을 잡기 위한 카드사들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소비가 위축되는 가운데 급증하는 해외여행 수요가 보험사와 카드사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23일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빅5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올 1~4월 해외여행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40만 7659건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1~4월 22만 1586건보다 84% 늘었다. 올해 1월 해외여행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11만 6968건으로 코로나19 영향을 받기 직전인 2020년 1월 14만 3804건에 비해 적지만 곧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하늘 길이 막혔던 2021년과 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올해 1~4월 여행자보험 가입이 급격히 늘어난 모습이다.
해외여행자보험은 해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여행객들이 가입하는 보험 상품이다.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해나 질병부터 항공기 지연, 휴대품 손해 등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보장을 제공한다. 여행 기간이나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보험료도 1만~2만 원 정도로 부담이 크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해외 의료비 보장에 대한 보험료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해외여행자보험 원수보험료에서 해외 의료비 특약과 관련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5.7%에서 2022년 62.8%로 17.1%포인트 상승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해외 카드 이용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9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해외 이용액(일시불+할부)은 총 4조 103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 4815억 원)보다 1조 6219억 원 증가했다. 국내 소비 위축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여행 수요가 빠르게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카드사들도 반색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카드 사용이 늘어나면서 국내 사용 감소분을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로 올 1분기 삼성카드의 국내 카드 사용액(할부·일시불)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은 5.78%였지만 해외 사용액 증가율은 14.67%로 해외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늘어난 해외 결제에 카드사들도 앞다퉈 해외여행 관련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하나카드는 하와이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해외 가맹점 결제액의 최대 3%를 적립해주는 ‘트래블로그 신용카드’를 최근 출시했다. KB국민카드는 5월 가정의 달에 늘어나는 여행 수요에 맞춰 해외여행 및 직구 시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다음 달 말까지 KB국민 국제브랜드 카드(KB국민 기업, 비씨, 마에스트로 카드 제외) 회원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이용한 금액을 포인트로 되돌려주는 이벤트로 KB페이 애플리케이션에서 응모한 후 해외 이용 금액이 20만 원 이상이면 이용 금액의 최대 3%를 30만 포인트까지 제공한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및 결제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가 늘어난 모습”이라며 “올 들어 해외 카드 소비가 늘면서 소비 위축으로 인한 충격을 줄여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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