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 업체가 운영하는 경기도 A 골프장이 회원권 그린피를 인상하려다 법원에 의해 제지당하자 그린피 인상을 반대한 일부 회원의 자격을 박탈하고 회원의 개인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전국적으로 골프장 이용료가 상승하자 기존 회원의 권리와 혜택을 일방적으로 줄이려는 골프장의 ‘횡포’가 이어지면서 법적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A 골프장은 입회금을 납입한 창립 회원들에게 평생 그린피 면제를 약속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 골프 붐이 불고 전반적으로 그린피가 상승하자 A 골프장은 입장을 바꿔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그린피 인상을 시도했다. 올해에는 3월 1일부터 창립 회원과 특별 회원, 일반 회원 등을 대상으로 그린피 2만~3만 원 인상을 통보하기도 했다. 그린피를 올린 명목은 물가 인상 등에 따른 경영 여건 악화 등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A 골프장 운영사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6%, 8.7% 증가했다.
이에 일부 회원들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그린피 인상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2월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근거가 없이 일방적으로 골프장 입회 계약 및 합의 내용을 변경한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A 골프장 측은 가처분 신청을 낸 회원들의 예약을 전부 취소하고 회원들을 대표해 그린피 인상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변호사를 골프장 회원에서 제명한 뒤 변호사의 개인 사무실과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명예훼손성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변협은 분쟁을 조장하는 악덕 변호사 OOO를 조사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A 골프장은 올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불공정 약관 시정 명령 대상 33개 골프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는 A 골프장에 대해 △과도한 요금 부과 △회원 제명 및 자격 제한 등 총 6가지 항목을 불공정 약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 골프장 측은 “해당 변호사가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회원들을 모아 소송을 종용했고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에 응하지 않았기에 제명 절차는 정당했다”며 “그린피 인상에 대해서는 본안 소송에서 다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동두천의 한 골프장에서도 2019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해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2억 원 상당의 입회금을 지불하고 입회 계약을 맺었던 해당 골프장 회원들이 기존 계약상의 회원 권리를 이행하라고 소송에 나선 것이다. 골프장 측은 내수 침체와 골프장 초과 공급 등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그린피 인상이 불가피하며 이사회를 통해 결의한 내용으로 회원들이 결정을 따를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회원 중 일부가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입회 시 계약한 내용과 다르게 그린피 부과 등 계약 내용을 변경할 시 회원들의 개별적 승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회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9년 인천 소재 B골프장도 입회금을 납입한 회원들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그린피를 인상하고 회원들에게 주어지는 특전을 임의로 변경했다가 회원들이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 골프장의 회원들이 납부한 입회금은 8억 5000만 원에서 10억 원에 달했다.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며 “기존 회원들의 개별적 승인이 없으면 개정 회칙이 적용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골프장 관련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골프장 운영 실태 조사에서 2021년 기준 이용료 과다 청구 등 460건에 달하는 민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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