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정보기술(IT)·2차전지주에 가려 소외됐던 바이오주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심리 회복에 힘입어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까지 앞장서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선 만큼 관련 주식·펀드에 대한 투자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3일부터 이날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헬스케어 ETF’는 10.62% 상승했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같은 기간 각각 5.03%, 2.42%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이 ETF 상승률이 2~4배 수준에 달했다. TIGER 헬스케어 ETF는 셀트리온(068270)(20.61%),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14.21%),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9.05%) 등 국내 주요 바이오 주식을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과 의료 기자재 업체 등 80여 개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헬스케어 ETF’도 이 기간 11.15%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순자산도 이날까지 1005억 원을 기록해 2017년 3월 상장 이후 처음 1000억 원을 돌파했다. KODEX 헬스케어 ETF의 순자산 규모는 3월 말까지만 해도 383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가 4~5월 두 달 사이 163% 급증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바이오 ETF’도 4월 이후 8.5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순자산 규모 역시 3월 말 405억 원에서 이날 1188억 원으로 치솟았다. 이 ETF에는 4월 이후 개인 자금 273억 원, 연기금 등 기타 법인 자금 335억 원이 유입됐다. KB자산운용의 ‘KBSTAR 헬스케어 ETF’,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KRX300헬스케어 ETF’ 등도 같은 기간 11.06%, 9.82%씩 상승하면서 전체 주가지수 상승률을 압도했다.
최근 해당 ETF들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이들이 편입한 바이오주가 일제히 뛰고 있어서다. 실제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이날 주가는 3월 말 대비 각각 15.82%, 27.41% 상승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13.87%), 유한양행(000100)(20.75%), HLB(028300)(9.50%) 등 다른 대형 바이오주도 주가 지수를 웃돌며 뜀박질했다. 의료 인공지능(AI) 관련 업체인 루닛(328130)은 이 기간 무려 159.89%나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1조 원을 넘어섰고 뷰노(338220)도 56.62%나 뛰었다.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82개로 구성돼 있는 KRX헬스케어지수도 그 사이 11.01% 올랐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기업에 뭉칫돈이 몰려드는 이유로 ‘금리 정점론’을 첫손에 꼽았다. 바이오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 성공 가능성이 낮은 업종 특성상 모험자본을 공급받아야 연구·운영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고금리가 지속되며 주가를 짓눌러 왔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바이오 업종에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책을 대거 꺼내들면서 주가 상승에 바람을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됐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바이오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추가 지정해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이 시설 투자에 대해 최대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서울경제가 주최한 ‘서울포럼 2023’ 축사에서 “대학·병원·기업 등이 어우러져 기술 개발부터 경영·재무·법률 컨설팅·투자 등이 한곳에서 제공되는 완결된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어 집중 지원할 것”이라며 “첨단바이오 기술이 산업·경제로 이어져 성장하는 ‘체인 리액션(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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