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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세계 전부가 화면…AI·메타버스 넘는 컴퓨팅의 '비전' 찾다

◆애플 WWDC2023 가보니

9년만의 새 기기 '비전 프로'

5000개 특허 출원·자체 OS 탑재

3차원 공간서 자유자재로 사용

손목 스냅으로 스크롤 내릴수도

높은 가격대, 초반 흥행 관건으로

전망보다 비싼 457만원으로 시작

애플 연례 ‘WWDC 2023’이 진행된 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파크 내 잡스시어터에서 새로 공개한 AR 하드웨어 ‘비전 프로’. 사진(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원 모어 싱(One more thing).’

5일(현지 시간) 애플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3’이 열린 미국 실리콘밸리 쿠퍼티노의 애플파크. 한 시간 반 가까이 진행된 기조연설 끝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다시 등장했다. 전 세계에서 온 3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숨을 죽이고 이번 WWDC의 하이라이트가 될 순간을 기다렸다. 이윽고 쿡 CEO의 입에서 “원 모어 싱”이라는 말이 나오자 커다란 환호성이 터졌다. 이 문구는 과거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새로운 혁신을 발표할 때마다 서두에 붙이던 것이다. 2014년 WWDC에서 애플워치가 처음 공개된 후 9년 만에 애플의 새로운 라인업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블랙홀을 삼킨 듯한 검은 화면에서 각도에 따라 푸른빛을 반사하는 둥근 고글 형태의 기기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쿡 CEO는 이날 메타버스·헤드셋이라는 단어는 언급하지 않은 채 “새로운 혁명적인 제품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소개하게 돼 기쁘다”며 혼합현실(MR) 하드웨어 ‘비전 프로(Vision Pro)’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기기를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로 명명했다. 이용자 시야에 있는 3차원의 실제 세계를 화면으로 삼아 모바일이나 컴퓨터에서 쓰던 애플리케이션과 사진·영상·문서 등 디지털 콘텐츠를 그 위에서 자유자재로 활용해 쓸 수 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마이크 록웰 애플 기술개발 부사장은 “최초의 공간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시스템의 거의 모든 면을 새롭게 발명했다”며 이 과정에서 500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다고 강조했다. 비전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수십만 개의 앱을 호환해 활용할 수 있으며 디즈니·유니티·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애플이 이 기기를 기존의 메타버스 기기와 달리 새롭게 정의한 이유는 자체 컴퓨팅 파워를 갖췄다는 점과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눈의 움직임과 손동작만으로도 완벽한 제어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애플은 비전 프로 내에 2개의 자체 시스템온칩(SoC)을 탑재했다. M2와 R1이 그것이다. R1의 경우 새로운 증강현실(AR) 플랫폼을 위해 설계·제작한 것으로 12개의 카메라와 5개의 센서를 비롯해 6개의 마이크 정보를 처리한다. 시각 정보를 눈의 움직임보다 빠르게 처리해야 이용자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만큼 12㎳(밀리초)마다 새로운 이미지가 나타나도록 했다.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시간의 8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 눈의 움직임, 손동작, 음성만으로 완벽하게 제어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정 앱에 눈을 맞추는 순간 이 앱이 활성화된다. 또 집게손가락과 엄지손가락으로 집는 것 같은 손동작으로 앱을 선택하고 손목의 작은 스냅으로 스크롤을 내리는 등 최소한의 직관적인 손동작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앨런 다이 애플 부사장은 “맥 마우스, 아이팟의 클릭 휠, 아이폰의 멀티터치를 이은 새로운 직관적인 모델을 디자인했다”고 강조했다.

애플 연례 ‘WWDC 2023’이 진행된 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파크에서 새로 공개한 AR 하드웨어 ‘비전 프로’ 공개에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이용자가 다이얼 형태의 디지털 크라운을 통해 눈앞의 환경에 대한 몰입도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도 눈에 띈다. 아이사이트(eyesight)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가 몰입을 원할 경우 디스플레이 렌즈가 불투명한 보라색빛으로 변하고 반대로 현실 세계로 돌아오려 할 때는 렌즈가 투명해지면서 다른 이들이 이용자들의 눈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기기를 착용한 채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다가도 누군가 다가오면 화면에 해당 인물의 형태가 나타나도록 해 현실 세계와 고립되는 것을 방지했다는 설명이다.

초반 흥행의 관건은 높은 가격대다. 애플 비전 프로 시작가는 3499달러(약 457만 원)로, 전망됐던 3000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애플 측은 “TV·PC 등 애플 비전 프로가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기기들을 합친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반응은 엇갈린다. 이날 일본에서 온 참가자는 “예상보다 기기가 완성도 있게 출시됐다”며 “도전해볼 만한 가격”이라고 언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메타가 출시한 전문가용 AR·가상현실(VR) 헤드셋인 ‘퀘스트 프로’ 대비 3배 이상 높은 가격”이라며 “애플이 컴퓨팅의 미래로 여겨질 기술에 소비자들이 큰돈을 쓸 여력이 있는지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애플 주가는 이날 1.4% 상승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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