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올랐던 전기요금이 예상대로 올 3분기에 동결됐다. 한국전력의 역마진이 여전한 상황에서 45조 원대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제때 털어내려면 요금 정상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국민 부담을 고려했다는 평가다.
한국전력공사는 올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요금)를 현재와 같은 ㎾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1일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단가로 구성된다. 연료비조정단가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전력량요금을 포함한 다른 전기요금 항목은 조정되지 않은 만큼 3분기 전기요금은 전체적으로 동결됐다.
이번 결정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앞서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 인상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었다. 이후 며칠간 35도 안팎을 웃도는 때이른 불볕더위가 찾아오면서 여름철 ‘냉방비 폭탄’ 우려가 커진 데다 내년 4월 총선이 300일도 채 남지 않아 정치권에서는 추가 인상 필요성에 선을 그어왔다.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아직 예측 수준이기는 하지만 올해 후반기에는 전기·가스요금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실었다. 전력 구매가보다 판매가가 낮은 한전의 역마진이 축소되는 추세라는 의미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올해 2분기 예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3% 증가한 19조 3000억 원, 영업손실은 1조 1000억 원을 예상한다”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올해 2분기까지 점진적으로 오른 전기요금이 연말까지 유지되는 가운데 비용 감소 효과가 더해져 하반기에는 기다렸던 영업손익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3분기 1조 8000억 원, 4분기 1조 50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한전은 올해 총 1조 9000억 원 규모의 해외 사업 구조 조정에 나섰다. 첫 번째 타자인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이어 요르단 알카트라나 가스복합발전소(373㎿), 푸제이즈 풍력발전소(89.1㎿) 등 2개 사업의 지분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