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단독] 벤 웨이 맥쿼리 글로벌대표 "쉬운 돈의 시대 끝나…3~5% 금리 1년은 갈 것"

◆벤 웨이 맥쿼리 글로벌대표 특별 인터뷰

☞대담=손철 투자증권부장

"인플레 둔화하지만 긴축은 유지

신재생에너지 등 투자대안 될것"

벤 웨이 맥쿼리그룹 자산운용 글로벌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맥쿼리 한국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권욱 기자




벤 웨이(사진) 맥쿼리자산운용 글로벌대표가 “(저금리로) 쉬운 돈의 시대는 끝났다”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투자자에게 불편한 3~5%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 대표는 10일 서울 종로구 맥쿼리 한국본사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12개월간 둔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9~11일 2박 3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성장이 악화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하기 시작하면서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지만 2023년에는 크게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경제는 회복력이 강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기간에 축적한 초과 저축을 소비자가 다 써버린다면 2분기에도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럽연합(EU)과 영국 경제는 지난해 말부터 침체돼왔으며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이 대표는 “이런 경제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인프라 투자는 손실을 방어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이면서 대안이 되고 있다”며 “전 세계는 2022년 연간 신재생에너지에 1조 달러(약 1266조 5000억 원)를 투자했고 이 중 한국은 190억 달러(약 24조 6400억 원)를 투입해 세계 일곱 번째 시장이 됐다”면서도 “한국이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풍력이나 태양열 같은 성숙한 녹색에너지 기술과 여기에 연관돼 있는 난방과 운송 설비,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시설, 저탄소수소와 바이오 연료에 투자한다면 시너지를 내면서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올해 선정한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3곳에는 맥쿼리자산운용이 포함돼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과거 지하철 9호선의 2대 주주로 높은 투자 수익을 거두며 과도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겪었지만 2013년 지하철 9호선에서 손을 뗀 지금 오히려 국민연금이 10년간 돈을 맡길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호주에서 출발해 글로벌 1위 인프라자산운용사로 성장한 맥쿼리자산운용은 2000년 진출한 한국에서 유독 높은 성과를 거뒀다. 성공하던 시절 2년간 서울에 살면서 회사를 키워온 벤 웨이 맥쿼리자산운용 글로벌 대표가 한국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진 이유다. 호주에서 태어나 맥쿼리대를 졸업한 그는 중국·대만·싱가포르·홍콩에서 20년간 일한 아시아통이기도 하다. 이제는 맥쿼리자산운용의 전 세계 자산을 총괄하는 수장이 돼 미국 뉴욕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가 맡은 맥쿼리자산운용 글로벌 대표는 전임자가 셰마라 위크라마나야케 그룹 회장이었을 만큼 핵심 보직이다. 맥쿼리그룹 수익에서 아시아의 비중은 8%로 가장 낮지만 웨이 대표가 요직에 발탁된 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를 자주 찾는 것은 에너지 전환 국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맥쿼리자산운용의 한국 사업과 투자 전략을 소개해달라.

△역동적인 한국은 내가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장 중 하나다. 한국은 항상 산업을 확장했고 우리는 그 산업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제공하는 일을 20년 이상 해왔다. 우리는 기업이 현대화하고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투자가 필요할 때 참여한다. 그래서 SK하이닉스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업체에 (맥쿼리가 투자한 DIG에어가스를 통해) 산업용 가스를 제공했다. 우리는 수소 또는 신재생에너지에도 투자한다. 한국에서 가장 큰 수소 공급 업자인 어프로티움(옛 덕양)에 투자했고 해상풍력과 태양광에서도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한국은 경제 성장과 인구 변화로 기관투자가의 자본이 빠르게 늘어났다. 이 자본을 다양한 국가에 잘 투자해 한국 사람들이 존엄한 은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우리 역할이다.

-맥쿼리가 투자한 한국 가스 회사인 DIG에어가스(옛 대성산업가스)와 어프로티움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이 있나.

△DIG에어가스는 매우 좋은 투자였고 사업이 성장하고 있어 매우 만족한다. 우리는 DIG에어가스와 어프로티움에 훌륭한 경영진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 회사의 사업 확장을 위해 계속 투자할 것이다. 관련 기업을 추가로 인수할지는 공개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것(인수)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벤 웨이 맥쿼리그룹 자산운용 글로벌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맥쿼리 한국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욱 기자


-맥쿼리가 주목하는 투자 대상은 어떤 것인가.

△탈탄소, 디지털화, 인구 변화가 투자 테마다. 각국의 제한된 재정 때문에 민간의 인프라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20년간 전 세계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94조 달러(약 11경 9000조 원)에서 15조 달러(약 1경 9800조 원)가 부족하다. 탈탄소만 놓고 보면 연간 7조 달러(약 8800조 원)의 투자 기회가 있다. 맥쿼리는 2012년 영국 정부가 세운 녹색 투자은행인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을 인수해 25개 이상의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지난해 5월 대만에 해상풍력 발전기 47기를 설치해 약 38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인 376㎿의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연간 70만 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디지털화의 경우 유엔이 전 세계 광대역 보급률을 2025년까지 55%에서 75%로 높이려는 목표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의 모든 시민을 연결하기 위해 약 4180억 달러(529조 8100억 원)가 필요하다. 이런 변화는 상당한 투자와 전문성을 필요로 해 기존의 통신 회사가 다 할 수 없다.

인구 변화와 관련해서도 의료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 역시 저출산과 기대수명 증가로 노인을 위한 헬스케어 시설 등의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전 세계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한국 사람들은 한 번 결정을 하면 미친 듯이 추진한다. 그것이 내가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다. 에너지 전환 국면에서 이런 특징은 한국을 에너지 전환의 리더로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향후 10년간 한국이 수소를 진화시키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현대차그룹 같은 뛰어난 기업이 수소발전의 선두에 있고 우리는 개척자가 돼서 이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현대차는 가스에서 수소로 전환하고 이를 교통망에 100% 활용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신재생에너지인 해상풍력도 한국이 해양플랜트 강국이었기 때문에 부유식 해상풍력 장치 제조에서 강점을 가진다. 전기자동차 역시 한국에서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 등 인프라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의 모든 부분에서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는 개방성이 우리에게는 투자 기회다.

-탈탄소 투자의 중요성이 크지만 국민연금도 여전히 석탄 기업에 투자하고 있고 최근에는 수익성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아시아에는 아직도 석탄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나라가 있고 많은 기관투자가가 여기에 투자하고 있다. 갑자기 석탄 공급을 중단한다면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연기금 투자가들은 탈탄소 계획을 갖고 있지만 기존에 투자한 회사를 버리지 않고 질서 있게 변화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더 많이 투자함으로써 기존 석탄 기업에 대한 투자를 상쇄하고 있다.

-장기 투자 전략을 펴는 맥쿼리 역시 기존에 투자한 탄소 배출 기업 자산을 단시간에 0으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국민연금에 해줄 수 있는 맥쿼리의 해법은 무엇인가.

△우리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중 유일하게 2040년까지 탄소 제로(탄소 순 배출량이 없는 상태) 투자 기업이 되겠다고 선포했다. 대부분의 운용사는 2050년을 목표로 한다. 우리는 전 세계 35개 시장에 185개 인프라 회사를 소유했고 각 회사는 탄소 제로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을 가졌다. 각 기업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노력하며 얻은 교훈을 다른 운용사의 투자 기업도 공유하기를 바란다. 이는 맥쿼리나 국민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 큰 과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투자하면서 겪은 불편이 있었는가.

△흥미로운 질문이다. 솔직히 말하겠다.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사는 게 좋았고 제 아내는 정기적으로 한국에 온다. 사실 한국인과 호주인은 저녁에 재미있게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꽤 비슷하다(웃음). 나는 아는 한국어가 5개뿐이고 한국에서 손님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한국 문화가 우리와 다르다는 데 대한 좌절감은 없었다. 다만 한국 경제의 과제 중 하나는 엄청난 양의 경제를 성장시키는 축이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역동적으로 운영되면서 혁신을 일으켰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도 혁신과 고용 창출에 접근해야 더욱 크게 성장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 투자가도 아니고 한국 기업도 아니기 때문에 알다시피 정부로부터 한국 기업이나 투자가보다 더 많은 조사를 받았다. 그것이 항상 공평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리는 손님으로서 많은 혜택을 받았지만 부담도 있었고 가끔은 조금 힘들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더 많은 외국인투자가를 유치하려면 모든 투자가가 같은 대우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