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5년부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가 의무화하면서 인증 시장을 둘러싼 업권 간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ESG 공시 인증은 ‘제2의 회계 감사’로 불릴만큼 향후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어서 선점을 위해 회계법인과 로펌, 평가기관 등이 격돌하는 양상이다.
7일 금융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연내 발표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로드맵에는 ‘ESG 공시 인증 체계’도 담긴다. 회계 업계 관계자는 “당국 주도로 ESG 공시 인증 태스크포스(TF)가 가동 중인데 인증 주체의 자격 기준과 도입 시점, 수준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 관련 업계는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금융 당국은 2025년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공시 의무가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ESG 공시 도입 초기에는 기업의 컨설팅 문의가 빗발치겠지만 차츰 기업이 ESG 공시 기능을 내재화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면서 "ESG 인증 부문은 회계 감리처럼 꾸준한 수익을 안겨주는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건 회계 업계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4일 ‘ESG 인증 포럼’을 개최했다. 주제는 ‘ESG 인증인의 적격성 확보 방안 ? 글로벌 ESG 인증제도 현황 및 시사점’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ESG 인증 주체는 누가 맡고 있는지 어떤 자격을 갖춰야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국내 ESG 인증 자격 제도 도입 방안’ 발표에서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유럽연합(EU)과 대부분 국가는 회계법인과 독립된 제3자가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 면서 “국내도 이런 추세를 따르면서 어떤 기관이 인증하든 동일한 인증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가된 기관만 ESG 공시 인증을 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SG 공시 인증 기관을 승인내는 주체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혹은 제3의 독립된 인가 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회계법인 혹은 이에 준하는 인력과 전문성을 갖춘 곳에만 ESG 공시 인증을 맡기도록 하는 것이다.
법무법인도 ESG 인증 시장에 눈독 들이고 있다. 율촌과 광장은 ESG 보고서 작성과 공시 영역에서 ESG 평가기관 대응 자문을 맡고 있다. 법무법인은 ESG 공시 의무 등 규제 강화로 인한 리스크 관리, 경영 전략, 소송 등 업무까지 도맡는 만큼 인증 업무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법무법인의 경우 매출만 1조 원이 넘는 등 ESG 인증 시장에 뛰어들 마음만 먹으면 전문 인력을 영입해 주요 사업자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ESG 채권 평가로 인증 기관 역할을 해 온 신용평가사와 ESG 관련 제3자 검증을 수행한 표준협회와 능률협회 등도 회계 업계의 유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금융 당국은 주요국의 ESG 공시 인증 제도 등을 충분히 고려해 인증 체계를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이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국제 기구 등에서 인증 기준이나 윤리 기준 독립성 요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 이라며 “외국 사례나 국제 기구 논의와 국내 관계 기관의 입장까지 충분히 감안해 ESG 인증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