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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까지 '시계 제로'…최악땐 내년 글로벌 GDP 1조弗 사라진다

[2개의 전쟁, 분열되는 세계]

<하>짙어지는 세계경제 그림자

유가상승→물가자극→고금리

'고금리의 장기화' 고착화 우려

IMF,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

5.2%서 5.8%로 올려 잡아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 줄이려

중동에 눈돌렸던 유럽에 악재





최근까지 세계경제의 리스크를 꼽을 때 중동을 언급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고물가와 고금리가 주로 거론된 반면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과 수교를 추진하면서 중동 리스크는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충돌로 중동까지 혼돈에 빠져들면서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는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실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날로 커지는 중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9일(현지 시간) “지정학적 긴장이 매우 높아졌으며 이는 세계 경제활동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최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가슴 아픈 전쟁이 이미 어두웠던 세계경제 전망을 더 어둡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고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도 “세계경제에 가장 중대한 위험”이라고 우려했다.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의 시작점은 결국 유가다. 최근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중동 불안에 따른 파장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다. 그중 최악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적인 충돌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고 내년 전 세계 물가 상승률을 1.2%포인트 끌어올려 결국 경제성장률도 1%포인트 낮출 것으로 봤다. 이로 인한 세계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은 1조 달러에 달한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지든 유가 상승, 물가 상승, 경제성장 둔화라는 방향성은 동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IMF는 10월 세계 경제전망에서 내년 세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5.2%에서 5.8%로 올려 잡았다. 또 “2025년까지 전 세계 물가가 중앙은행들의 목표치(2%)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직후 나온 분석으로 앞으로 유가가 추가로 상승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고금리의 장기화(higher for longer·H4L)도 고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로 내려올 때까지 통화정책은 긴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MF가 2025년까지 물가가 중앙은행 목표치를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금리가 2025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는 기업 활동 및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이어져 세계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

지역별로는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라는 두 개의 전쟁에 끼인 유럽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걱정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경제가 문제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분적으로 중동으로 에너지 공급을 전환했다. 하지만 이번에 중동 지역이 불안해지면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아니더라도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3%에서 올해 0.7%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IMF 기준)됐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는 중국이 4조 위안(약 740조 원) 규모의 부양책을 발표해 세계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역할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대규모 부양책을 하자니 지방정부는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다. IMF는 올 들어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두 차례 낮춰 10월 5.0%를 제시했고 내년은 4.2%에 그칠 것으로 봤다. IMF는 “중국 소비 심리가 악화하고 있고 산업 생산도 약화하고 있다”며 “아시아의 중국에 대한 산업 공급망에 속한 나라들이 이러한 모멘텀이 사라지는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세계경제에 대한 충격이 ‘뉴 노멀’이 되고 있다”며 “(각국은) 충격을 예측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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