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네이버가 만든 국산 브라우저가 구글과 애플 등 빅테크가 장악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기업들에게 브라우저는 검색을 넘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탑재하고 글로벌 이용자를 자사 생태계에 끌어들일 수 있어 반드시 주권을 가져와야 할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브라우저 ‘삼성인터넷’의 윈도 운영체제(OS) 버전을 테스트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MS스토어’에 노출된 새 버전은 현재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를 넘어 윈도 PC로 이용자층을 넓히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인터넷은 안드로이드 버전만 출시돼 갤럭시 스마트폰을 제외하면 ‘갤럭시북’ 같은 삼성전자 노트북 조차도 정식 지원이 되지 않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PC에서의 호환성 등을 점검한 후 출시 계획을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가 PC에서는 같은 브라우저가 연동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고 나아가서는 모바일과 PC를 아우르는 갤럭시 연결성을 확장하려는 취지”라며 “아직 테스트 단계로 구체적인 출시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역시 ‘웨일’ 브라우저의 글로벌 버전을 내년 초 출시할 계획이다. 웨일은 협력사와의 시스템 연동을 통해 신한은행의 간편 주식거래나 트립닷컴의 여행 예약처럼 다른 브라우저에 없는 특화 서비스로 이용자를 공략하고 있다. 같은 전략을 해외 이용자를 상대로도 취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지향의 서비스들을 브라우저에 추가할 계획”이라며 “자체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보유한 만큼 이를 활용한 생성형 AI 서비스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움직임은 국내외에서 모바일과 PC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업·서비스 연계가 가능한 브라우저의 주권을 가져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브라우저는 삼성전자처럼 모바일과 PC 연동을 통해 하드웨어 생태계를 공고히하거나, 네이버처럼 협력사 서비스들을 한데 모아 공급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특히 빅테크와 달리 자체 OS가 없는 한국 기업들에게 브라우저는 해외 이용자를 묶어두는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웨일 브라우저를 통해 교육 서비스 ‘웨일스페이스’를 국내외 교육기관에 널리 보급한 사례가 보여주듯 브라우저는 국내 서비스의 해외 진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며 “AI나 클라우드처럼 브라우저도 해외 빅테크에 대항해 주권 확보가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생성형 AI가 크게 확산됐고 내년 중앙처리장치(CPU)의 AI 연산 기능을 대폭 향상시킨 ‘AI PC’까지 상용화하면 브라우저 간 AI 기능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주요 브라우저에는 구글과 MS의 생성형 AI 챗봇 ‘바드’와 ‘빙챗’이 도입됐으며 비슷하게 삼성인터넷에도 스타트업 라이너의 AI가 탑재됐다. SK텔레콤이 지난주 테스트용으로 공개한 아마존 상품후기 요약 AI ‘지스티’도 크롬 확장 프로그램 형태로 개발됐다. ★본지 11월 22일자 14면 참조
업계는 국산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이 아직 저조한 만큼 AI를 통해 이용 편의성과 서비스 경쟁력을 크게 높여야만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자체 AI모델 ‘삼성 가우스’와 ‘하이퍼클로바’를 통한 서비스 혁신을 예고한 상태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구글 크롬이 62.9%로 1위, 애플 사파리가 20.0%로 2위를 기록했다. MS 엣지(5.5%), 중국의 오페라(3.2%)에 이어 삼성인터넷은 2.4%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웨일은 점유율이 전무한 수준이며 국내 시장에서는 크롬(54%), 삼성인터넷(16.5%), 사파리(14.5%), 엣지(6.8%)에 이어 6.3%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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