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해외 유학 중이던 고교 동창생을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해 5년 간 1억 6000만 원을 갈취하고, 영구장애를 입힌 20대 남성이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강선주 부장검사)는 4일 강요·공갈·중상해 혐의 등을 받는 최 모(24) 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2018년부터 고교 동창 A(24) 씨와 일본 유학생활을 함께 하면서 마치 피해자 A 씨를 게임 회사에 취직시켜준 것처럼 속인 뒤 A 씨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손해 배상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했다. 최 씨는 자신이 게임 회사에 취직했다고 믿는 A 씨에게 “우선 회사가 요구하는 게임 승수 달성과 후기 작성부터 해야 한다”고 속였다. A 씨가 실력 부족으로 정해진 승수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후기를 작성하지 못하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으니 갚아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입해 A 씨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에 의해 외부로부터 고립된 A 씨는 최 씨의 말을 믿고 5년 간 생활비 대부분과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 일당 등 1억 6000만 원을 갈취당했다. 이 과정에서 “돈을 갚지 않으면 부모와 여동생이 대신 갚아야 한다”며 채무변제 계약서를 작성하게 해 A 씨를 자포자기 상태로 만들었다.
지난달 15일 서울 강서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수사를 실시해 ‘가스라이팅’ 사실을 입증했다. 검찰 조사 결과, 최 씨는 피해자가 타국 생활에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악용해 심리적 지배를 하며 일상을 통제해오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는 생활 규칙을 정한 뒤 A 씨로부터 ‘밥먹었습니다’, ‘세수했습니다’ 등으로 보고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했으며, 벌금이 누적되면 체벌도 가했다.
특히 외부와의 관계를 철저히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는 부모와 지인으로부터 온 SNS 메시지를 삭제하고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한 뒤 자신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검찰 조사에서 피해자는 “SNS 계정까지 최 씨가 관리하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어차피 도움을 구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순응하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9월에는 A 씨가 게임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A 씨의 머리를 수회 때려 경막하혈종·뇌내출혈 등의 중상해를 가했다. 최 씨는 일본 119구급대원에게 A 씨가 혼자 넘어져 다쳤다고 진술하고, 피해자의 가족에게는 이 사실을 은폐한 채 A 씨처럼 행세하면서 SNS 메시지를 전송하기까지 했다. 이 폭행으로 A 씨는 영구장애까지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빼앗겼던 일상을 회복하도록 돕기 위해 지원 조치를 하는 한편, 피고인에 대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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