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신학기부터 교사가 아닌 전담 조사관이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맡게 된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의무적으로 위촉하고 법률전문가의 비중도 늘리기로 했다. 학폭 업무 과정에서 교사를 상대로 한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의 고리를 끊어 학교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포석이다.
교육부와 행정안전부·경찰청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및 SPO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 학폭 사안 조사는 교사가 아닌 학폭 전담 조사관이 전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조사관은 학폭과 생활지도, 수사·조사 경력 등이 있는 퇴직 경찰 또는 퇴직 교원 등이 맡게 된다. 조사관은 위촉직 형태로 고용되며 2022년 기준 6만 2052건의 학폭 건수를 고려해 전체 2700여 명, 전국 177개 교육지원청마다 약 15명씩 배치될 예정이다.
전담 조사관 제도 도입으로 학폭 사안이 발생하게 되면 전담 조사관은 사안 조사를 실시한다. 이후 학교에서는 조사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을 충족하는지와 피해 학생 측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자체적으로 사안을 종결하고 피·가해학생 간의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피해학생 측이 자체 해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제로센터에서 신설되는 ‘학교폭력 사례회의(가칭)’를 통해 조사관의 조사 결과를 검토한 후 학폭위에 직접 심의를 요청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사관이 사안 조사를 전담하게 되면 학교와 교사는 학교장 자체 해결 등 교육적인 기능과 피해자 긴급조치, 피해학생 면담 및 지원, 피·가해학생 간 관계 개선 및 회복 등 피해자 보호와 교육적 조치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SPO의 역할도 커진다. 학폭 전담 조사관과 관내 학폭 사건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학폭 사례회의에 참석해 조사관의 조사 결과에 대해 보완할 부분이 없는지 자문 역할을 한다. 또한 학폭위에 의무적으로 위촉돼 증원되는 법률전문가와 함께 심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게 된다.
SPO는 역할이 커짐에 따라 현재 정원 1022명의 10%에 해당하는 105명이 증원된다. 예산 지원과 포상 확대 등 다양한 사기 진작 방안을 추진해 우수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또한 학폭 사례회의가 분석·체계화한 여러 학폭 사례를 활용해 심의의 객관적 기준도 정립할 계획이다.
이번 방안은 학폭 사건이 늘어나는 가운데 교사들이 학폭 사안 조사를 직접 담당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협박 등 수업권·생활지도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올 10월 6일 ‘대통령·현장교원 간담회’에서도 교사들은 학폭 업무의 외부 이관을 요청했고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학폭 처리 절차 개선 및 SPO 역할 강화 방안을 지시한 바 있다.
교육계는 대체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조사관의 전문성 등을 높일 수 있도록 후속 조치가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사노조연맹은 “이번 대책으로 각종 민원, 아동학대 신고 등의 교권 피해가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학폭 사안을 전문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학교폭력예방법’이 아닌 ‘경찰법’으로 청소년폭력범죄를 담당하는 SPO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아이들이 학폭 위협에서 벗어나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교권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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