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탈이 숙박·여행 플랫폼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여기어때컴퍼니’에 대한 유상감자를 단행했다. 여기어때의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추진에 앞서 투자금 일부를 조기에 회수하기 위한 목적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VC캐피탈은 자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여기어때에 대한 1000억 원 규모 유상감자를 최근 단행했다. 감자 비율은 약 54% 수준이며 총 발행 주식 368만 6883주 가운데 168만 7183주를 남기고 199만 9700주를 소각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여기어때의 자본금 규모는 약 3억 6800만 원에서 1억 6800만 원으로 감소했다.
CVC캐피탈이 유상감자를 단행한 것은 투자금 회수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유상감자는 회사 자본금을 줄여 지분율만큼 주주들에게 자금을 돌려준다. CVC캐피탈은 특수목적법인(SPC)인 ‘베이컨스컴퍼니’를 통해 여기어때 지분 약 80.49%를 보유하고 있어 1000억 원의 유상감자 금액 중 약 800억 원을 확보하게 됐다. 나머지 200억 원은 주요 주주인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를 비롯해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의 몫이다.
여기어때가 2019년 인수·합병(M&A) 추진 당시 CVC캐피탈의 투자금이 약 3000억 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CVC캐피탈은 전체 투자금의 4분의 1가량을 이번 유상감자를 통해 회수한 셈이다. 여기어때는 벤처투자 시장에서 기업가치 약 1조 2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감자 규모가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기업가치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어때의 유상감자는 최근 진행한 자본구조재조정(리캡·Recapitalization)이 원활히 이뤄지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19년 인수합병(M&A) 당시 발생한 인수금융 일부를 상환하고 추가 차입금을 확보하면서 회사가 보유한 현금 규모는 더 커졌다. 투자 업계에서는 여기어때가 리캡을 통해 약 3000억 원 이상의 자금의 조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어때는 리캡과 유상감자를 성공적으로 끝낸 만큼 앞으로 IPO 작업에 더욱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내년 말 혹은 내후년 국내 증시에 상장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IPO 과정에서 일부 자금을 회수하고 증시 입성 후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상장이 완료되면 주주 구성이 다변화하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줄어들어 경영권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