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국인투자가들이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이후 4년 만에 코스피 시장에서 매수 우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오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어 순매수 규모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이 코스피 종목을 순매수한 총 규모는 10조 4519억 원이다. 외국인이 2020년 24조 5652억 원, 2021년 25조 6011억 원, 지난해 6조 8066억 원어치를 각각 내다판 점을 감안하면 4년 만에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외국인 순매수 금액이 더 불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연준이 13일(현지 시간) 내년 금리 인하를 세 차례 단행할 수 있다는 정책 방향을 시사한 후 외국인 자금 유입이 뚜렷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미국 연준 발표 직후인 이달 14일부터 이날까지만 코스피를 1조 9418억 원어치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도 8316억 원의 연간 순매수 금액 중 60%가 넘는 5188억 원어치를 쓸어담았다. 외국인은 이날 하락장에서도 코스피와 코스닥을 각각 124억 원, 794억 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2016년 11조 3359억 원을 마지막으로 코스피에서 연간 10조 원어치 이상 매수한 적이 없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6조 5816억 원, 9505억 원 매수 우위를 보였고 2018년에는 5조 7226억 원을 순매도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다. 외국인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내년 반도체 업황이 본격 반등할 것을 기대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6조 1372억 원, 2조 8654억 원어치 사들였다. 이어 올해 최대 영업이익을 낸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를 1조 7971억 원, 1조 1336억 원어치씩 담았다.
삼성엔지니어링(028050)(5673억 원), 삼성물산(028260)(5538억 원), 현대모비스(012330)(5534억 원), 두산밥캣(241560)(4809억 원), 하이브(352820)(4712억 원), LG전자(066570)(4423억 원)도 순매수 상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10조 958억 원), LG화학(051910)(2조 2325억 원), 포스코퓨처엠(003670)(9243억 원), LG에너지솔루션(373220)(7352억 원), 삼성SDI(006400)(7103억 원), SK이노베이션(096770)(5992억 원) 등 개인이 선호한 2차전지주는 대량으로 팔아치웠다.
투자 전문가들은 올해 남은 거래일과 내년 초에도 금리 인하 기대, 반도체·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주력산업 장기 투자 수요 등을 이유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증시의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코스닥 시장의 거래 대금이 1996년 시장 개설 이후 27년 만에 처음 코스피를 제칠 것으로 확인됐다. 2차전지와 정치 테마주 등이 개인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코스피 대형주 매매보다 더 활발히 이뤄진 결과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21일까지 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0조 251억 원으로 코스피(9조 6032억 원)보다 4000억 원 이상 많다. 올해 남은 거래일은 4일에 불과하고 통상 크리스마스 연휴를 전후로 거래량은 줄어든다. 개인은 21일까지 코스피를 11조 4200억 원어치 순매도하면서 그 자금으로 코스닥을 8조 1339억 원 순매수했다. 기관은 두 시장에 대해 각각 3942억 원, 5조 2035억 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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