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속 부동산 시장 침체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던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연말 들어 또 다시 강등되고 있다. ‘워크아웃설’에 시달렸던 태영건설은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됐고 철근 누락으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내 ‘순살자이’ 조롱을 받은 GS건설은 등급 자체가 강등됐다.
신용평가사들은 내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현실화되며 건설업체들에 더욱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22일 GS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 검토)에서 A(안정적)로 하향했다. 지난 8월 말 ‘부정적 검토’ 리스트에 등록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직전일인 21일에는 한기평이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변경했다.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매입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된 점을 반영한 조치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건설사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상반기 정기평가 당시 한신공영(BBB+→BBB)과 태영건설(A→A-) 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지난 10월에는 일성건설(BB+)의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됐고 11월에는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이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강등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수주 환경이 악화되면서 건설업계가 신용 위기를 촉발한 것이다. 붕괴 사고를 낸 GS건설을 제외한 모든 건설사들이 미분양 등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이유로 신용등급이 하향됐다.
실제 한기평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한기평이 등급을 보유한 20개 건설사들의 차입금은 32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0.4% 불어났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 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다. 유동성 문제로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휘말린 태영건설이 대표적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태영건설 및 연결실체가 보유한 PF 우발채무는 총 2조 9000억 원 수준이다. 이 중 실제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우발채무는 약 1조 원이며 이 중 1900억 원이 이달부터 내년 2월 사이에 만기가 도래한다.
한기평은 “태영건설이 한국투자증권과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3월 해당 펀드의 차환 여부가 유동성 리스크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1년까지 사실상의 무차입 경영을 이어왔던 신세계건설의 PF 보증금액도 9월 말 기준 1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한국신용평가는 “신규 사업장에 대한 PF보증 제공과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인한 추가 신용보강 제공 등으로 PF 보증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 시장이 위축돼있는 대구에서 주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내년에도 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3사는 내년 건설업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공사원가 부담으로 낮아진 수익성과 수도권과 지방 분양시장의 양극화, PF우발채무 현실화 등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기평은 “PF 우발채무 차환 리스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롯데건설, 태영건설 등 PF우발채무 위험이 높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