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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대출 220조 폭증, 비은행이 대부분…한은 “PF, 질서 있는 조정”

2020년 이후 급증한 기업대출

40%가 부동산·건설업에 집중

부동산 위축 땐 비은행권 타격

상업용부동산도 공실률 치솟아

525조 담보대출 '리스크' 부상

한은, 금융기관 선제 대응 주문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2023년 12월) 설명회에 이종한(왼쪽부터) 금융리스크분석부장, 서평석 금융안정기획부장, 이종렬 부총재보, 김인구 금융안정국장, 이정연 안정분석팀장이 참석해 있다. 사진 제공=한은


시공능력평가 16위로 주요 건설사 중 하나인 태영건설을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으로 몰아세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우리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로 떠올랐다. 부동산 경기가 다시 위축될 경우 PF와 관련한 금융기관들의 손실 위험이 커질 뿐 아니라 단기자금 시장 경색으로 이어지면서 시장 전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번 사태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한다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면서도 부동산 PF로 기업 자금이 과도하게 공급되지 않도록 관리할 뿐 아니라 부실 사업장도 질서 있게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분기 이후 기업대출과 채권 등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 올해 2분기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신용 비율이 124.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업과 건설업 대출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각각 175조 7000억 원, 44조 3000억 원 증가했다. 전체 증가 규모의 38.8%인 220조 원이 부동산·건설 부문에 쏠린 셈이다.

한은은 기업부채 수준이 과거 시계열은 물론이고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상환 능력이나 연체율 등에 비춰볼 때 질적 리스크는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부동산업 대출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면서 금융 시스템 내 자원 배분 효율성이 저하됐다는 것이다. 정책 당국이 부동산 PF 등 특정 부문으로 기업 신용이 과도하게 공급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한은은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을 통화 긴축 기조 변화 가능성, 내수 회복세 약화 등과 함께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부동산 경기가 다시 위축될 경우 부동산 PF와 관련한 금융기관의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올해 3분기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4조 3000억 원 규모다.

부동산 PF 부실이 확산할 경우 손실 흡수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금융기관은 자산 건전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증권사는 전체 채무보증의 54%가 PF 채무보증인 만큼 대출 부실로 손실이 발생한다면 시장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형 증권사일수록 중·후순위 비중이 74.1%로 높은 수준인 만큼 보증 이행 과정에서 자금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



부동산 PF의 주된 자금 조달 수단인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나 기업어음(CP) 등 차환 리스크가 커지면서 신용 스프레드 상승과 자금 조달 비용 증대 등으로 자금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했다. 내년 중 만기가 돌아오는 증권사 PF ABCP 20조 3000억 원 가운데 82%인 16조 7000억 원이 1분기에 집중돼 있는 만큼 이번 사태의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실률이 높아진 물류센터나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코로나19 기간에 발주된 물류센터 준공이 올해 집중되면서 3분기 공실률이 13.1%로 지난해 3분기(4.0%)보다 큰 폭 상승했다. 수도권 남부 등 일부 지역은 공실률이 1년 만에 17.3%포인트나 급등한 상태다. 2020~2021년 분양이 확대된 중대형 상가 역시 세종시(25.7%)를 중심으로 공실률이 상승하는 추세다.

금융권의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규모가 525조 원에 이르는 만큼 부실 위험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상업용 부동산 초과 공급 상태 지속, 경기회복 지연, 금리 부담 등으로 관련 대출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화하는 등 각 금융기관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은 이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도 시장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 참석해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금융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만에 하나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면 한은도 정부와 잘 협력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PF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부동산 경기가 반등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인 가계부채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3분기 명목 GDP 대비 가계 신용 비율은 101.4%로 전 분기보다 0.3%포인트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가 확대될 경우 최근 둔화하는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내수 회복세가 약해지면 차주들의 채무 상환 부담이 더 늘어 취약 가계나 부동산·건설 등 대출의 신용 리스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한은은 PF 취약성이 두드러진 만큼 대주단이 자율적인 협약을 통해 사업을 지속할지, 구조조정을 할지를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원리에 따른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질서 있는 정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부동산 PF 부실 규모를 판단하는 핵심은 미래 분양 가능성이나 현금 흐름 상황인데 이건 금리 등 거시경제 여건과 연결돼 사업장별로 평가해야 한다”며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달리 지금은 PF ABCP 등 시장성 자금 조달 수단이 많이 활용돼 금융기관들이 리스크를 나눠 가진 측면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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