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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은 최고, 귀가는 최악" 첫선 보인 인천 아레나, 팬덤 후기 들어보니[허지영의 케잇슈]

라이브와 AR 구분되는 선명한 음질

플라스틱 아닌 푹신한 의자에 '감동'

함정은 위치…빠져 나오는데만 2시간

부대시설 부족도 개선돼야 할 문제


K-팝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공연장이 없었던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공연 전용관’이 생겼다. 바로 지난 11월 문을 연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다. 문을 열기가 무섭게 지난해 12월 17일 샤이니 태민이, 30일 동방신기가 연이어 단독 콘서트를 하며 각각 3만 명의 팬들을 불러 모았다. 이 외에도 'MMA 2023', 'SBS 가요대전'이 열렸고 오는 27일과 28일에는 악뮤의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공연 전용관이 생긴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사실 케이팝 팬들에게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공연장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이미 있는 공연장은 어떤 좌석의 시야가 좋은지, 입장은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비교적 익숙한 반면 새로운 공연장은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몇 차례의 공연이 이뤄진 지금 직접 아레나 공연을 다녀온 팬들은 아레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태민 솔로 콘서트 '메타모프' 현장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시야·음향·좌석 3박자 완벽...넓고 쾌적한 공간 =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파라다이스 시티에 이어 인천공항에 생긴 두 번째 복합리조트인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소속으로, 1270여 개 객실과 카지노, 워터파크, 연회장 등과 함께 딸린 부대 시설 중 하나다. 면적 1만5000㎡, 가로 135m 세로 125m 높이 40m 규모, 축구장 64개 규모의 대형 공연장으로 총 1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어 K-팝 공연이 자주 열리는 KSPO DOME보다도 규모가 크고 4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척 스카이돔보다는 작다.

지난달 태민의 단독 콘서트 '메타모프'를 이틀 간 관람한 팬 A씨는 시야와 음향, 좌석 등 전반적인 공연 관람 요소에 높은 별점을 줬다. 이틀 간의 공연에 모두 참석한 A씨는 3층 좌석 사이드석과 중앙석을 각각 체험했다. A씨는 "사이드 석에 앉았을 때도 시야가 좋았다"고 평했다. 동방신기의 공연을 다녀온 B 씨는 "시야는 아무래도 무대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연 목적으로 지어진 데라 그런지 너무 만족스러웠다. 좌석에서 가수 이목구비가 다 보일 정도"라고 칭찬했다.

K-팝 공연이 자주 열리는 잠실학생체육관, 올림픽홀, KSPO DOME, 고척 스카이돔 등에 비해서는 특히 음향이 좋다는 평이다. A 씨는 "평소에는 음향이 좋고 나쁘고를 잘 느끼지는 못하는 편인데, 이번에 갔을 때는 확실히 음향이 크고 잘 들린다는 느낌을 바로 받았다"고, B 씨 역시 "라이브와 AR이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음질이 선명해 너무 만족스러웠다"고 강조했다.

좌석도 좋은 점이 있었다고.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가 설치된 타 공연장과는 달리 아레나에는 쿠션이 덧대어진 의자가 마련됐다고 한다. A 씨는 "체조경기장(현 KSPO DOME)이나 핸드볼경기장 등은 플라스틱 의자라 딱딱하다. 앉아서 보면 엉덩이가 아플 때도 있다. 그런데 아레나는 쿠션감이 있어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좌석 간 간격이 다른 콘서트장보다 넓었다. 보통 때는 짐 정리할 때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불편하게 움직여야 했는데, 아레나에서는 그렇게 불편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됐다. 앞좌석이랑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서 의자 밑에 가방이나 짐을 놔둬도 걸리적거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동방신기 단독 콘서트 '20&2' 현장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위치가 함정…빠져나가는 데만 2시간 = 문제는 위치다. 공연장을 방문한 팬들은 아레나 공연장의 개선점으로 '교통'을 꼽았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영종대교를 건너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인근에 있다.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까지는 2km, 약 30분을 걸어가야 한다. 이곳에서 306번을 타고 가면 인천 시내까지 들어갈 수 있지만, 배차 간격이 주말 기준 25분이라 교통이 좋다고 할 수 없다. 가까운 지하철역은 공항철도인 인천공항역이다. 인스파이어 리조트 측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지난달 공연이 끝난 후에는 1만 5000여 명의 관객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며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귀가 루트는 두 가지다. 셔틀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거나, 택시로 영종도를 빠져나가는 방법이다. 셔틀버스는 합리적이고 빠르나 1만 명을 감당하기엔 벅찼다. B 씨는 귀갓길을 두고 "최악"이라 단언했다. 그는 "저는 자차를 이용했지만, 대중교통을 타고 갔다는 지인은 인천공항에 가는 셔틀을 타기 위해 2시간을 기다렸다고 했다. 셔틀버스를 공연 시작과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더 촘촘히 배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택시를 이용한 A 씨도 공연이 끝난 후 1시간 이상을 리조트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A씨는 "택시 줄이 무척 길고, 개인이 택시를 호출해도 전혀 잡히지 않았다. 인스파이어 측이 택시 회사에 따로 연락을 취해 택시를 계속해서 불러왔다. 택시에 타서도 기사들이 '인스파이어에 몇 팀 남았나'라며 이야기를 나누더라"며 "호텔 로비에서 관객들이 떨고 있으니 인스파이어 측이 관객을 실내로 이동시키고, 로비 밖에서 직접 택시를 잡아줬다. 고마운 부분이지만 확실히 개선돼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공연 당시 인스파이어 아레나 외부 전경 / 사진=B씨 제공


LED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오로라’ 전경 / 사진=B씨 제공


◇아메리카노 ‘1만3000원’…살인적 물가도 부담 = 리허설 무대를 미리 볼 수 있는 사운드 체크석의 공연 관람 시간까지 포함하면, 관객은 2시간짜리 공연을 보더라도 리조트에 최소 5시간은 체류해야 한다. 리조트 안에서 대기하며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팬들은 "물가가 너무 비싸서 도저히 사 먹을 수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리조트 로비 카페의 아메리카노는 1만3000원, 카지노 푸드바에서 파는 소떡소떡 등 간식류는 6000원에서 1만 원에 달한다. 식사류는 2만 원을 훌쩍 넘긴다.

A 씨는 "리조트 내의 식당이 별로 없기도 하고, 그 식당들도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돼 있었다. 결국 공연 시작 전 셔틀버스를 타고 나가 인천공항에서 밥을 먹었다"고, B 씨 역시 "식음료 인프라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외부에 편의점 트럭 하나가 조악하게 세워져 있긴 한데 그마저도 줄이 아주 길다"고 전했다.

K-팝 팬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리조트의 부대 시설이 아닌 독립적인 공연장으로 거듭나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A 씨는 "대기하다 보면 리조트 이용객들이 수영복에 가운 입고 돌아다니는 게 많이 보인다"며 웃었다. B 씨도 "호텔과 섞여 있다 보니 여름 성수기 때 인파가 극심히 몰릴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잘 만든 공연장'임에는 확실하지만, F&B와 교통 인프라는 리조트객과 관람객 모두를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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