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동결까지 결의한 삼성전자(005930) 반도체(DS) 부문의 주요 경영진이 다음 주 일본 출장에 나선다. 세계적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몰려 있는 일본에서 공급망을 점검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 부문 경계현 사장과 제조 담당 남석우 사장, 송재혁 삼성반도체연구소 사장, DS 부문 내에서 구매를 책임지는 박진영 부사장 등 경영진이 22일부터 일본으로 건너간다. 이들은 일본에 수일 동안 머무르면서 현지 소부장 기업들을 만날 예정이다.
국내외 소부장 업계에서는 이번 삼성 경영진의 출장을 상당히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한다. 삼성은 통상 회사 임직원과 현지 공급망 업체 대표들이 한자리에서 회동하는 연례행사(appreciation day)를 진행하고는 하지만 주요 임원들이 동시에 일본을 방문해 파트너사와 개별적인 만남을 갖고 공급망을 살피는 사례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방문에는 DS 부문을 총괄하는 경 사장 외에도 제조 라인 기술 책임자, 차세대 반도체 개발 조직 수장이 동행하면서 단순 공급망 점검을 넘어 차세대 칩 개발, 수율 강화에 관한 다각적인 협력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출장은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를 위한 예열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첨단 메모리·파운드리 생산 라인에 필요한 우수한 소부장 업체들이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경영진이 일본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 회사는 삼성 HBM 라인의 핵심 장비 회사 신카와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HBM 생산 확대를 위해 신카와에 10여 대 이상의 패키징 장비를 발주했고 올해 이 물량의 절반가량을 더 들여와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 능력을 2.5배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HBM 1위 SK하이닉스의 생산 역량을 뛰어넘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이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세계 5대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TEL),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기술로 잘 알려진 JSR, 도쿄오카공업(TOK), 시네츠화학, 글로벌 포토 마스크·검사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닌 호야와레이저텍도 있다. 지난해 하락했던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며 고객사의 수요에 대응하려면 이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한창이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리드 타임(제조 시간) 연장 없이 적기에 제품을 공급해온 일본의 촘촘한 반도체 생태계에 신뢰가 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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