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가 거액의 정부 수탁사업비를 원래 목적에 맞지 않게 전용해온 사실이 지난 연말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수탁사업비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재무제표 주석에 명시해야 하지만 공사는 이런 사실을 회계에 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2022년 회계연도 기준(2023년 12월) 정부 수탁사업비로 6438억 원의 현금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사가 보유하고 있어야 할 수탁사업비 1조 4384억 원보다 7946억 원이 부족한 규모다. 감사원 감사 결과 공사가 수년간 수탁사업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다른 곳에 사용하면서 보유자금이 부족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는 2022년 9월 운용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탁사업비에서 2000억 원을 빼내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하는 등 그해 총 3614억 원을 수탁사업비에서 빼내 썼다. 수탁사업비는 정부가 대신해야 할 물관리, 댐 건설, 유역개발 등의 물 관련 사업을 공사가 대신 맡아서 하면서 지원받은 목적성 예산을 말한다.
공사는 “수탁사업비 자금 용도를 제한하는 법령은 없으며 효율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일부 수탁자금을 일반자금과 통합 운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물관리사업 예산은 적시된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공사는 수탁사업 자금 관리가 엄격히 이뤄지지 않은 점을 인정하고 제도 개선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공사는 “수탁사업 입출금 내역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지난해 11월 구축했으며 2023년 회계연도 결산 시부터 수탁사업자금에 대한 주석 표기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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