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1주당 장부상 청산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1배 미만인 기업의 수는 지난해 말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밸류업 추진 의지에도 불구하고 저평가 기업의 주가 관리 의지와 투자자 관심이 모두 부족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 달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정책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저PBR 종목보다 실적 우수 기업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PBR 1배 미만인 상장기업은 이날 기준 1112개로 집계됐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기업 밸류업에 뛰어든 올 1월 17일 기준 1111개와 사실상 같다. 특히 지난 연말(1079개)과 비교하면 오히려 33개사가 증가했다.
정책 발표 당시 주가 반응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1월 중순 정책 발표 후 외국인과 기관은 앞다퉈 저PBR 종목 매수에 나서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대표적인 저PBR 기업으로 꼽혔던 현대차(005380) 주가는 1월 17일에서 2월 16일 한 달간 38.89% 급등했다. 금융 업종 지수 역시 같은 기간 21.18% 상승했다.
하지만 이내 저PBR 주식에 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옅어졌다. 현대차의 경우 3월에 주가가 6.99% 하락했다. 세부 정책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약발이 금세 약해진 셈이다.
증권 업계는 밸류업의 구체안이 발표되기까지는 투자자들이 실적 우수 기업에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선 이후 밸류업 정책의 세부안이 공개되겠지만 세수 부진으로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기 어렵고 투자자도 국내보다 해외로 쏠리고 있는 점 등을 두루 감안하면 보유 자산 대비 주가가 낮은 기업보다 실적 등에 주목하는 게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달리 보면 밸류업 드라이브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상속세·배당세 개편 등 당근책이 확실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제 투자자들이 정책 기대감만을 갖고 움직이기에는 부족하다”며 “(세제 개편안 등) 구체적 물증이 있어야 다시 투자자들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실적이 개선되는 업종 중심으로 투자 범위를 좁히는 게 낫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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