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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영풍 갈등에…배터리 소재 국산화까지 '먹구름'

中 황산니켈 수입 점유율 2배 껑충

국내 생산기지 세워 국산화 시급한데

고려아연 경영권 갈등에 배터리 투자 암초

영풍, 현대차그룹 신주 배정에 무효 소송

2세부터 영풍-전자, 고려아연-제련 집중

“경영권 분쟁 발단 시점에 대한 법원 판단 관건”

장형진(왼쪽) 영풍그룹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010130)과 최대 주주 영풍(000670) 간 경영권 갈등이 한국의 배터리 탈(脫) 중국 행보에까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70년 넘게 이어온 양사의 동업 관계가 2차전지 투자 문제로 사실상 와해되면서다. 양측의 갈등은 단기간에 마무리 되지 않을 전망이어서 고려아연의 황산니켈 국산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려던 현대차 등 다른 기업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의존도 심화하는 황산니켈=4일 서울경제신문이 무역협회 수출입통계를 분석한 결과 대(對)중국 황산니켈 수입량은 올해 1~2월 기준 2700톤으로 전체 수입 규모(6880톤) 중 39.2%를 차지했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산 비중이 21.8%에 그쳤지만 올 초 들어 점유율이 2배 가량 확대됐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연간 기준 중국이 핀란드를 제치고 황산니켈 최대 수입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황산니켈은 배터리 핵심 원자재 중 하나로 에너지 밀도 등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을 좌우한다. 현재 한국의 황산니켈 생산능력은 연간 2만 톤 수준에 그친다.

자원빈국인 한국에서 중국산 황산니켈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가격경쟁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산 원자재는 가공할 때 드는 전기료나 환경규제 부담이 덜한 데다 한국 입장에서는 수입할 때 발생하는 물류비도 가장 적은 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전 세계 황산니켈 생산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47.0%에서 2022년 76.8%로 높아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에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유럽엽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을 앞세워 중국산 광물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탈 중국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영권 갈등에 니켈제련소 건립 차질 우려=문제는 국내 황산니켈 공급망 구축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이 2차전지 소재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풍과 경영권 갈등을 겪고 있어서다. 특히 영풍은 현대차그룹 해외 계열사 ‘HMG 글로벌’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한 보통주 104만5430주(5%)가 위법하다며 지난달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 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했다. 앞서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니켈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고려아연에 5000억 원을 투자하고 지분 5%를 인수했다.



고려아연은 울산에 연 4만2600톤(니켈 금속량 기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짓고 있다. 총 5063억 원을 투입해 2026년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니켈 원재료를 조달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 니켈 제련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톱3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황산니켈 등 배터리 핵심 소재의 안정적인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지분 확보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유지 목적이라는 게 영풍 측 입장이다. 영풍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현대차그룹의 지분 투자로 고려아연 최씨 일가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지분율이 영풍 장씨 일가 2세인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두 오너 일가 간 지분 경쟁이 이어지면서 현재 최씨 일가 측 지분율이 약 33%로 장씨 일가 측을 약 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75년 동업, 사업 다각화 과정서 갈등 커져=3세 경영으로 이어지며 영풍과 고려아연 간 사업 포트폴리오가 달라진 점도 갈등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장병희(영풍)·최기호(고려아연) 창업주가 공동 설립해 출범했다. 두 창업주는 황해도 사리원(봉산군) 태생으로 동향인 데다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정직한 비즈니스’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마음이 통했다고 한다. 이후 1970년 경북 봉화군에 영풍 석포제련소, 1978년 경남 온산에 자매사인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세워 제철산업의 필수 소재인 아연의 국산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2세 경영으로 진입한 뒤 영풍은 1990년대 광업을 접는 과정에서 영풍전자·코리아써키트(007810)·인터플렉스(051370) 등 전자 계열사를 잇따라 인수하며 전자부품 산업에 진출했다. 영풍의 인쇄회로기판(PCB) 부문 매출은 2013년 4400억 원에서 2022년 3조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런 사이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사업에 집중했고 전기차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제련 기술력을 활용한 배터리 소재 사업에 미래 명운을 걸고 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전 기업지배구조원장)는 “신주를 제3자에 배정하는 목적에는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신기술의 도입이 포함돼 있어 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이 2차전지 소재 분야 신(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을 주요 주주로 유치한 데엔 문제가 없다”면서도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은 위법의 소지가 있는 만큼 법원이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의 발단 시점을 언제부터로 판단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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