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기존 예측대로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10월 이후 인하에 나설 경우 한국은 4분기 혹은 내년이 돼야 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13일 FOMC 관련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정책금리 전망치가 0.5%포인트 상향 조정되는 등 시장의 기대보다는 다소 매파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됐다”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날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추가 확신이 필요하며 그 속도도 예상보다 더뎌질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향후 물가·고용 등 주요 지표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유의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계속 면밀히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물가와 환율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한은이 4분기 혹은 내년은 돼야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5%대까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우리는 금리 인상 시기에 충분히 올리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금리를 먼저 내려야 우리도 내릴 수 있는데 미국의 인하 시기가 지연되고 있어 우리도 연내 인하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 역시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로 예상보다 높아 금리 인하를 서두를 유인이 약하다”며 “환율과 가계부채, 미국의 피벗 시점 등을 확인한 후에야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소비자물가는 최근 2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3% 올랐고 석유류도 3.1%의 상승률을 보였다. 물가를 고려할 경우 금리 인하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환율 역시 불안하다. 원·달러 환율은 올 4월부터 치솟은 후 여전히 1300원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 등 환율을 자극할 요인이 여전한 만큼 향후 안정 여부를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초 다소 주춤했던 가계대출 증가세도 다시 강해지고 있다. 5월 가계대출은 주택 거래 증가와 함께 6조 원이나 불었다. 지난해 10월(6조 7000억 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도 다시 꿈틀대고 있어 섣부르게 금리를 내렸다가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은 “한은이 서둘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이유가 많지 않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 중반까지 높아진 데다 물가는 여전히 안정 목표(2%)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미국이 인하에 나선다는 가정 아래 한은도 올해 4분기 인하가 유력하나 물가가 충분히 낮아지지 않는다면 올해 인하가 없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심재찬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뚜렷한 진전이 없다면 미국의 금리 인하는 어렵고 따라서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미국이 인하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먼저 내리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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