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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물량 폭탄에…불안한 소액주주들

성과급 위해 현대모비스 866억

네이버도 올 1000억 넘게 처분

자사주 교환사채 발행도 늘어나

"주가하락 부추기고 밸류업 역행"





올 2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임직원의 성과급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하는 사례가 늘어 주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해 주식을 매수했지만, 기업이 이를 다시 시장에 내놓게 되면 주가도 하락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25일 임직원들의 경영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 866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298만 6451주 중 38만 5764주가 시장에 다시 풀릴 예정이다. 회사 측은 다만 “임직원이 자사주 혹은 현금 수령 여부를 선택할 수도 있어 선택 결과에 따라 처분 예정 주식 수는 변동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앞서 13일에는 세방전지가 성과급 지급을 위해 13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1일에는 네이버(NAVER)가 402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처분하겠다고 공시했다.



네이버도 올 1월과 3월 성과급 지급을 위해 총 71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처분하겠다고 공시했다. 네이버는 성과급을 스톡그랜트 형태로 지급했다. 스톡그랜트는 지급받는 동시에 팔거나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나 일정한 성과를 달성할 경우 주식을 지급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보다 주가 부양 효과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네이버의 주가는 올해 1월 23만 150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림세를 걸어오다 이날 17만 원대까지 추락했다.

자사주를 처분해 빚을 갚는 사례도 눈에 띈다. 호텔신라는 이달 3일 교환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자사주 1328억 원을 처분하겠다고 공시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보통주 213만 5000주 전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교환사채는 일정 기간이 경과된 후 채권자의 청구에 의해 발행회사가 보유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앞서 카카오도 자사주를 담보로 2930억 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이밖에 자화전자가 357억 원, 디아이가 200억 원, 선익시스템이 180억 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투자업계에서는 금융위원회가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3분기부터 자사주 보유 목적이나 처리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데 대한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올해 자사주를 처분한 기업들 10곳 중 7곳은 자사주 처분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서 호재로 읽힌다. 이 때문에 자사주 매입 소식을 듣고 주식을 매수한 소액 주주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사주 처분이 신주발행과 실질적인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차이가 없음에도 특별한 절차 상의 제재를 받지않는다는 점에서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대다수 국가에서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즉시 소각하며, 보유하더라도 처분 시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는 데 비해 국내 규정은 유연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으로 국내 증시에도 주주환원 바람이 불고 있지만 이런 흐름과 거리가 있는 행보를 보이는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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