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인기 앱과 잇달아 제휴를 맺으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결제·송금 등 은행의 기능을 비금융 플랫폼에 심어 고객 유입을 확대하는 ‘임베디드 금융’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금융 서비스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핀테크부터 커피 전문점, 오프라인 종합 매장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벌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스타벅스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내년 1분기에 스타벅스 앱을 통해 오픈뱅킹 계좌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16일 밝혔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스타벅스 앱 이용 고객은 결제 시스템을 통해 국민은행뿐 아니라 오픈뱅킹에 등록된 은행 계좌를 연동해 결제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양 사는 내년 1분기에 스타벅스 전용 통장도 출시할 예정이다. 전용 통장을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사용 실적에 따라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별 리워드’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민은행의 자체 인증서인 ‘KB국민인증서’를 스타벅스 앱 내에서 간편인증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실무진이 자발적으로 성사시킨 스타벅스와의 제휴 과정을 살펴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2030세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출범한 ‘임베디드 영업본부’를 통해 비은행 플랫폼과의 제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6월에는 삼성금융네트웍스와 협업을 맺고 삼성금융의 통합 앱 ‘모니모’에서 제휴 통장을 선보이기로 했다. 삼성금융의 제휴사 선정 당시 이 행장이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직접 참여해 임베디드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다른 주요 은행들도 임베디드 금융을 통한 고객 잡기에 속속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당근마켓의 당근페이와 손잡고 올 4분기 내에 ‘당근머니 하나 통장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네이버페이 머니 통장 서비스’를, CJ올리브네트웍스와 ‘CJ페이 우리 통장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를 위해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를 신규 지정받았다. 이 밖에 신한은행은 이랜드그룹 멤버십 앱 ‘이멤버’에 ‘E페이머니 by 신한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권 디지털 전략은 ‘찾아오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중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임베디드 금융이 확산되면서 점차 인기 플랫폼으로 은행이 직접 찾아가 기능을 제공하는 형태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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