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을 유엔 주재 미국대사로 지명하고,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당분간 안보보좌관을 겸임하도록 했다. 군사 정보를 기자가 포함된 민간 메신저 채팅방에서 논의해 논란을 빚은 왈츠 보좌관을 사실상 요직에서 해임시키는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왈츠 보좌관을 차기 주유엔 대사로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국무부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계속하는 동안 임시로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미국 언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기밀을 노출한 사건으로 왈츠 보좌관을 해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왈츠 보좌관은 후티 공습 계획 등 군사 기밀을 민간 메신저 ‘시그널’ 채팅방에서 논의한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당시 채팅방에는 언론사 ‘애틀랜틱’의 에디터인 제프리 골드버그가 포함됐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 해임 요구가 쏟아졌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교체하지 않았고, 왈츠 보좌관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주재한 각료회의에도 참석했다. 다만 WSJ는 대통령은 그동안 개인적으로는 왈츠 보좌관에 대한 불만을 표해왔다고 전했다. 특히 시그널 채팅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도 왈츠 보좌관이 국가 안보 우선 순위를 TV를 통해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고 우크라이나와 이란에 대해 전통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밀어 붙이면서 대통령과 결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 대통령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왈츠 보좌관은 백악관은 다른 인사들과도 때로 충돌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왈츠 보좌관은 국가 안보는 물론 대통령 관련 행사에서 종종 제외되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이란 핵 협상 개시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 중재 등 주요 결정에 대한 논의에서 왈츠 보좌관은 제외됐다고 전했다. 행정부 소식통은 언론에 지난 29일 미시간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 연설 현장에도 왈츠 보좌관을 참석하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왈츠의 부관인 알렉스 웡 부보좌관도 해임 대상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웡 부보좌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무부에서 대북특별부대표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내며 대북 협상 실무를 담당한 인사다. 대통령 측근 사이에서 웡 부보좌관은 왈츠의 충성파로 분류됐다. 아울러 특별한 증거없이 친중파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들은 웡 외에도 왈츠가 고용한 다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직원들도 해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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