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용 무인수상정(USV)은 미래 해전(海戰)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기 해상 전력을 대거 상실한 상황에서도 무인무기체계의 일종인 해상 드론을 사용해 러시아 군함 수십 척을 격침하기도 했다. 우리 해군은 2월 무인함정으로 이뤄진 ‘네이비 시 고스트’(Navy Sea Ghost)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되고 있는 해상 전투 드론 6종을 공개했다. 국내 조선·방산업계의 전투용 무인수상정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소설 속 ‘유령 함대’의 현실화가 머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329180)은 지난달 22일 해군 본부로부터 전투용 무인수상정 개념설계 작업을 수주하며 무인수상정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올해 12월까지 전투용 무인수상정에 적용되는 성능 및 기술에 대한 요구사항과 획득 방안을 결정하는 개념설계 사업을 수행한다. HD현대(267250)중공업은 이후 이어질 무인수상정 기본설계·상세설계 역시 따와 무인 체계 개발에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HD현대는 무인수상정 개발을 위해 미국 방산업체들과의 협력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미국 방산업체 안두릴인더스트리와 무인수상정 개발과 시장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안두릴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감시정찰체계, 무인 잠수정, 드론 등을 미 해군과 국방부, 호주 국방부 등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방산 AI 기업 팰런티어테크놀로지스와 협력 관계를 맺고 무인수상정 ‘테네브리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양 사는 HD현대중공업의 자율운항 및 함정 통합관리 시스템과 팰런티어의 AI 플랫폼을 결합한 테네브리스를 내년까지 개발 완료할 계획이다.
LIG넥스원(079550)은 지난해 방위사업청과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개발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해군 전진기지와 주요 항만에 대한 감시 정찰 및 신속한 현장대응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12m급 무인수상정 2척을 2027년까지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개발사업은 해군의 네이비 씨 고스트 프로젝트를 위한 첫 발에 해당한다.
LIG넥스원은 2015년부터 무인수상정 플랫폼 ‘해검’ 시리즈를 개발해 무인체계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길이 12m급 해검-II는 수중에서 자동으로 진수 및 회사가 가능한 수중 플랫폼 모듈을 탑재해 성능과 무장, 자율운항 기능이 향상됐다. 스텔스 설계도 일부 적용돼 적 탐지 및 조준 회피 능력도 갖췄다. 해검-III는 감시·정찰에서 나아가 무장 전투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전방에 12.7mm 중기관총, 후방에 2.75인치 유도로켓 발사대를 탑재했으며 유인전력 없이 24시간 운용이 가능하다.
해검을 비롯한 무인 체계 플랫폼 고도화를 위한 투자 역시 이어지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무기 생산 기지 구미하우스에 무인수상정 체계통합시험동을 준공했다. 시험동에서는 해검과 해검에 탑재되는 비궁 등 유도무기 연구개발(R&D)가 이뤄지고 있다. LIG넥스원은 전투용 무인수상정의 수출 역시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은 향후 운영할 유령함대의 무인정에 탑재하기 위해 LIG넥스원의 비궁 발사체계를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272210) 역시 무인체계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투용 무인수상정 개발에 나섰다. 앞서 한화시스템은 2023년에 12m급 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을 공개한 바 있다. 한화시스템은 함정 무인화의 핵심인 전투체계(CMS), 통합기관제어체계(ECS), 함정 추진체계 상태기반진단체계(CBMS) 등 3종 기술을 모두 자체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다. 해령은 국내 최초로 연안 수색, 감시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한화는 방산 3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오션(042660)·한화시스템)의 기술 역량을 총결집해 전투용 무인수상정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화시스템의 CMS와 한화오션의 특수선 건조 역량,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원격사격장치 및 유도탄 발사대 개발 역량 등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시스템은 CMS를 해군의 수상·수중 함정에 공급했으며 필리핀 등 해외로 수출한 실적 역시 보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은 지난해 해군 전투용 무인수상정 개발을 위한 개념설계와 정찰용 무인잠수정 및 기뢰전 무인수상정 개념설계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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