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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회복의 열쇠는 모험자본 육성 [김세중의 여의도 커피챗]

김세중 우리PE자산운용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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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잠재 경제성장률 하락이 심각하다. 관세 충격을 반영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 하락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 동안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분해해보면 이를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내수 위축으로 인해 순수출 성장에 의존해왔다. 내수 요소인 건설 및 설비투자,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줄곧 축소되어 왔다. 급기야 수출이 성장기여의 절반의 몫을 차지한 것이다.

트럼프 관세 정책의 결말과 그 효과는 아직 불확실한 영역에 있다. 다만 트럼프 관세가 글로벌 자유무역 기조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수출환경에 우호적일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구 구조 변화의 충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수출 감소의 마이너스 효과를 국내 수요가 보완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과거에는 일시적 대외요인으로 소매판매 등 내수가 침체되더라도 다음 해에는 반드시 V자형 반등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내수침체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는 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수와 관련된 성장 동력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동안에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내수 부진이었지만, 앞으로는 베이비부머의 출산율 하락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출산율 하락이 인구 오너스(Onus) 우려를 야기시키는 정도를 넘어 앞으로는 내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이후 출산율이 급감했는데, 절반 가까이 줄어든 출생 세대가 30대가 되어 주요 소비계층, 또는 주택 구매 세력으로 등장하는 시기부터는 신규 내수가 현저하게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주체로서 기업 부문의 역할 변화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기에는 대기업 집단이 한국의 경제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대기업 주도로 투자와 고용창출을 통한 성장모멘텀을 확충하기가 어렵다. 내수시장이 협소할 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에서 중국, 인도 등과의 기술 격차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으며 핵심산업인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이 이미 글로벌 성숙산업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를 극복할 혁신성도 부족하다.

수출이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기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 내수마저 고령화와 출산율 부진으로 인해서 구조적 침체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집단이 성장을 주도하기도 어려운 시대이다. 이러한 정체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혁신성장 기업이 필요하다. 기존 대기업, 제조업 중심의 성장시스템이 한계를 노출하기 시작할 때 AI, 로봇, 바이오 등 미래 성장산업 육성을 위해서 고위험-고성장 스타트업 투자가 필요하고, 그를 위한 모험자본 공급이 절실하다.

즉, 기술창업 생태계 구축과 자산운용 시장에서의 모험자본 공급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 지원책으로 인해 기술 창업 생태계가 확충된 것은 사실이다. 양적 비교에서 정부의 벤처자금 지원규모를 국가별 GDP 비중으로 보면 결코 타국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질적 성장에서는 스타트업이 중견기업 및 대기업으로의 성장하거나 또는 그 생태계로 편입되어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성장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자산운용 시장에서도 대규모 장기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이 VC나 PE 등 장기 모험자본의 공급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등 혁신성장 기업이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참고할 만하다. 미국의 스타트업 성장은 대학에서 시작된다. 대학에서 혁신기업 창업자가 나타나고 대학은 이를 충분히 검증한 상태에서 VC를 통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혁신기업들이 스탠포드나 MIT와 성장궤도를 함께 해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장기 운용을 하는 미국의 대학기금들은 자산배분에서 VC 비중이 최소 20%에 달할 정도이다. 장기운용을 하는 기관들이 장기 모험자본 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KAIST와 각종 정부 연구소가 즐비한 대전 지역에서 혁신 기업이 얼마나 육성되고 있는지를 보면 극명하게 대비된다. 또 위험계수 상향 등 각종 규제로 인해 대학기금, 연기금, 보험사 등 장기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의 자금배분에서 PE, VC를 통한 모험자본 공급비중이 극히 미미하다는 점도 모험자본 육성에서 양국간 큰 차이점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 과연 경쟁력 있는 AI기업, 로봇기업이 있는가. 기업 경쟁력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가. 정책기관인 모태펀드마저 VC 만기가 8년에 불과한데, 민간이 이를 넘어 확대 집행할 수 있을까. 모험자본 투자에 대한 위험계수가 과도하게 높은 상황에서 위험조정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있는가. PE 등의 모험자본이 사회적 순기능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 등등의 반대 질문이 부지기수로 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질문들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모험자본 시장 육성을 위해서 정교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이지, 그것이 흐름을 되돌리거나 막아서는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될 시점이다.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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