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서 합숙하며 활동하던 투자리딩방 사기 일당이 본격 범행 일주일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혀 줄구속됐다. 조직을 직접 만들고 자금줄 역할을 했던 ‘회장’은 수십억 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범죄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당은 캄보디아에서 동종 사기를 벌이던 피의자를 조직원으로 포섭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지만 경찰이 조기 검거에 성공한 덕분에 피해자는 열 명에 그쳤고 사실상 피해액 전액을 환수받았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태국 투자리딩방 사기 범죄단체 ‘회장’ A 씨와 총책 B 씨 등 조직 관계자 9명을 범죄단체조직·가입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또 다른 총책 C 씨는 별건으로 구속됐고 하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추적 중이다.
피의자들은 지난해 8월 16일부터 21일까지 국내 증권사를 사칭해 ‘기관투자자 물량의 공모주를 배정해 주겠다’라고 속이는 방법으로 피해자 10명으로부터 약 3900만 원을 편취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단체를 조직·총괄하고 자금·사무실 등을 지원한 A 씨는 2023년 10월께 사기 조직과 공모해 6억 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르고 자금을 세탁해 준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전체 규모를 35억 원 상당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일당은 본격적인 범행 전 4개월간 방콕 숙소에서 합숙하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회장 A 씨의 진두지휘 하에 조직원들의 외박을 통제하는 등 통솔체계를 갖췄고, 총책 C 씨 등 2명은 캄보디아 리딩방 사기조직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타 조직원들에게 사기 노하우를 전수했다. 또 284만 건에 달하는 내국인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고 허위 거래소 서버를 구축하는 등 탄탄한 범행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현지 경찰과 손잡은 경찰이 피의자 8명을 조기 검거하면서 이들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경찰은 전체 피해액(미수 피해금 제외) 2276만 원 중 2261만 원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며 사실상 전액 반환에 성공했다. 또 8명을 순차적으로 국내에 송환한 이후 이들이 혐의 일체를 부인하는 와중에도 증거자료를 토대로 불구속 상태의 조직원들과 국내에 체류 중이던 총책 및 회장까지 순차적으로 체포·구속해 조직 전체를 와해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지명수배된 피의자를 추적하는 한편 ‘회장’ A 씨의 보이스피싱 여죄 및 내국인 전화번호 DB 확보 경위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라며 “모든 투자에는 손실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원금과 고수익 동시 보장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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