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이 핵심 수익원인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의 유통망 다각화에 나서며 체질개선을 본격화하고 있다. 북경한미 실적 부진이 한미약품 전체 매출까지 악영향을 주면서 독점 유통망을 다변화해 리스크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북경한미는 최근 의약품 영업·판매를 유통 대행사 룬메이캉(RMK)이 독점해 온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RMK는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 임종윤 북경한미 동사장(이사회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코리홍콩 산하 오브맘홍콩 계열사로 코리그룹 내 유일한 매출 창출원이다. RMK는 북경한미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매입한 뒤 수수료를 붙여 판매하는 영업대행(CSO)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유통망 다변화 계획에 대해 “현재 다각도로 검토 중인 상황으로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한미약품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올 1분기 실적 부진이 있다. 한미약품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2% 감소한 3909억 원, 영업이익은 23% 줄어든 59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사업은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 당뇨병 신제품의 매출 성장 등으로 호조를 보였지만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자회사 북경한미의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북경한미는 올 1분기 매출 965억 원, 영업이익 113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4.4%, 70.1% 급감하는 부진을 보였다. 회사는 “올 1분기 중국 내 독감과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등 호흡기 질환 유행 둔화에 따른 일시적인 판매 저조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한 업체가 유통을 독점하는 구조가 리스크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임시주주총회 설명자료에서 “지난해 하반기 북경한미 실적 부진은 RMK의 판매 부진 때문”이라며 “RMK가 북경한미가 생산한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대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 초부터 이어진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RMK와 협력 관계가 흔들려 다른 유통망을 모색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북경한미는 현재 임종윤 사장이 최대주주이자 회장으로 있는 코리그룹과의 부당내부거래 의혹도 받고 있다. 북경한미는 매년 RMK에 2000억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데 임 사장이 북경한미와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개인 회사인 코리홍콩과 DXVX의 수익을 창출했다는 의혹이 있다. 현재까지 한미약품은 내부감사 결과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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