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수첩을 크게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대형 수첩 시안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하반기에 소량만 우선 제작할 계획입니다.”
구직급여(실업급여) 받을 때 반드시 필요한 ‘취업드림수첩’에 관한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가 실업급여 신청자에게 나눠주는 이 수첩에는 실업급여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담긴다. 또 신청자는 이 수첩을 지참해 실업급여 관련 교육을 받고 실업급여 수령을 위한 구직활동을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수첩 크기가 작다 보니 기록은커녕 수첩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력이 나쁜 고령층은 이 어려움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
12일 고용부에 따르면 취업드림수첩은 작년 약 100만부 인쇄됐다. 작년 실업급여 신청자는 약 120만 명이다. 이들 중 ‘온라인 수첩’을 활용한 약 20만 명을 제외하고 약 100만 명이 이 수첩을 받아 사용했다.
취업드림수첩은 현장에서 크기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첩 크기는 가로 9.5cm, 세로 15cm로 성인 손바닥 크기 정도다. 8포인트 글자 크기로 실업급여와 관한 정보를 모두 이 수첩에 담다보니 현장에서는 ‘글씨가 작고 너무 빽빽하다, 보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업급여 신청자 중 고령층이 급격하게 늘면서 이런 목소리가 현장에서 더 커졌다고 한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실업급여 수급 연령을 보면 60세 이상이 2020년 35만5000명에서 작년 45만4000명으로 28% 증가했다. 60세 이상 수급자는 전체 수급자(169만7000명)의 27%로 연령 중 가장 많다.
이 상황을 알고 있는 고용부가 대형 수첩 효과를 알면서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예산 부족 탓이다. 대형 수첩을 쓰면 글자 포인트를 현행 8포인트에서 10포인트까지 키울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수첩은 1000부 인쇄를 기준으로 권당 단가는 340원이다. 반면 고용부가 구상한 대형 수첩은 단가가 권당 1500원이다. 기존보다 가로를 2cm, 세로를 3cm 늘리는데도 비용이 약 4배 더 든다.
고용부는 작년에도 현행 수첩을 만드는 데 예정된 예산 보다 약 1억 원을 더 들인 6억 원을 썼다. 올해 예산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5억 원으로 동결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작년에도 부족한 예산을 다른 사업이나 다른 국 예산으로 빌려 썼다”며 “대형 수첩을 만들려면, 고용부 내 다른 사업이나 국 예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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