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료연구원(KIMS)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 정호상 박사 연구팀이 혈액 속 극미량의 암세포 DNA를 고감도로 검출할 수 있는 광학 기반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복잡한 전처리 과정 없이도 빛의 신호와 인공지능(AI) 분석만으로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어 기존 액체생검 방식과는 차별화된 기술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암세포 발생 시 혈액 속 DNA 표면에서 일어나는 ‘메틸화(Methylation)’라는 화학적 변화를 감지하는 데 주목했다. 암 초기에는 메틸화된 DNA 농도가 극히 낮아 기존 센서로는 검출이 어려웠지만,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이를 25펨토그램 퍼 밀리리터(fg/mL) 수준까지 탐지할 수 있다.
이는 기존 대비 1000배 향상된 고감도로 한 방울의 물에 설탕 입자 1천 분의 25개를 섞은 농도에 비유될 정도로 민감한 수준이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빛에 반응해 DNA 신호를 1억 배 이상 증폭할 수 있는 ‘플라즈모닉 소재’에 있다. 여기에 AI 분석법을 접목해 신속하고 정밀한 판별이 가능해졌으며, 혈액 100μL만으로도 20분 내에 대장암 유무와 진행 단계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실제 대장암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적용한 결과 암 존재 여부를 99%의 정확도로 진단했고, 암 1기부터 4기까지도 모두 구분해냈다.
정호상 선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암의 조기진단뿐 아니라 예후 예측이나 치료 반응까지 진단할 수 있는 차세대 진단 플랫폼”이라며 “앞으로 자가면역 질환이나 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질병으로의 적용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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