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유럽 냉난방공조(HVAC) 선두 기업인 독일 플랙트그룹(FlaktGroup)을 인수해 고성장 중인 글로벌 공조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이번 인수로 가정·상업용 제품에 치우쳐 있던 삼성전자의 공조 포트폴리오는 빌딩, 공장을 비롯해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등으로 확장된다.
삼성전자는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38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플랙트는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가진 공조기기 업체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가 집중해 온 개별 공조 중심의 가정, 상업용 제품이 아닌 공장, 빌딩, 데이터센터, 해양 플랜트 등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 대한 역량을 축적해 왔다.
특히 AI로 열 제어가 중요해진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굵직한 사업 경험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영국 사우스웨스트 데이터 센터, 영국 미드랜드 데이터 센터, 네델란드 UMCG 대학병원 데이터 센터 등이 플랙트가 공조 설비를 납품한 대표적인 사례다. 플랙트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DCS 어워드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 외에도 글로벌 톱 제약사와 헬스케어, 식음료, 플랜트 등 60개 이상의 폭넓은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공항과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공조 시장은 지난해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지만 진입장벽이 높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와 로봇, 자율주행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b.IoT, 스마트싱스)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솔루션을 결합해 유지보수 사업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 절차를 연내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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