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 뒤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재정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2차 추경에만 최소 20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내년도 본예산 역시 확장재정 기조로 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추경과 본예산을 합쳐 최소 70조 원에 달하는 청구서가 날아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 후보가 6·3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2차 추경은 7월 중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후보는 18일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불경기에는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곧바로 추경을 해 서민·내수 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차 추경 시기를 당선 직후로 사실상 못 박은 것이다.
차기 정부는 2017년 제19대 대선 때처럼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선거 다음 날부터 곧바로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실 조직 정비에 2주, 장관급 인사에 약 한 달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2차 추경안은 이르면 7월 중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대선 공약으로 발표했던 35조 원 규모의 추경 중에 1차 추경으로 13조 8000억 원이 반영된 만큼 2차 추경은 20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재정 여건이다.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2차 추경뿐만 아니라 내년도 본예산도 바로 편성에 들어가야 한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이 후보의 성향상 내년 예산 역시 확장 기조로 짜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2024~2028년 중기재정운영계획에서 재정지출은 2028년까지 연평균 3.6%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지켜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사한 재정운용 철학을 가졌던 문재인 정부의 집권 첫해의 2018년 본예산(국회 통과 기준)은 428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1% 늘었다. 이를 그대로 올해 예산(673조 3000억 원)에 적용하면 내년도 본예산은 최소 721조 1000억 원 수준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2차 추경까지 감안하면 지금보다 67조 8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런 재정 확대가 한계에 다다른 국채 시장에 추가로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올해 본예산과 1차 추경만으로도 역대 최대인 207조 1000억 원의 국채 발행이 예정돼 있는데 여기에 2차 추경과 내년도 확장 예산까지 반영되는 국채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초 오는 11월로 예정됐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내년 4월로 미뤄져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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