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시가총액 1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가 비트코인(BTC)을 대량으로 매집하며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준비금에 BTC 비중이 커지면서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USDT 발행사 테더는 BTC 4812.2개(약 4억 5870만 달러어치)를 매입해 자회사 트웬티 원 캐피탈(Twenty One Capital)의 트레저리에 편입했다. 평균 매입단가는 9만 5319달러다. 트웬티 원 캐피탈은 테더사가 주요 주주로, 일본 소프트뱅크와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도 지분도 지분을 갖고 있다.
트웬티 원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 칸토르 에쿼티 파트너스와 기업인수목적(SPAC)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합병이 완료되면 트웬티 원은 ‘XXI’라는 티커 명으로 증시에 상장될 예정이다. 테더가 선매입한 BTC를 트웬티 원이 인수하는 구조로, 상장 전까지 최소 4만 2000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매입으로 트웬티 원은 전세계에서 BTC를 세 번째로 많이 보유한 법인 투자자가 됐다. 이날 오후 5시 30분 비트코인트레저리닷넷(BitcoinTreasuries.net) 기준 1위는 스트래티지(56만 8840개), 2위는 비트코인 채굴 기업 마라홀딩스(4만 8137개), 트웬티 원은 3만 1500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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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아르도이노 테더 최고경영자(CEO)는 “BTC는 탈중앙화된 검열불가 자산으로,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기초가 될 것”이라며 “트웬티 원을 통해 BTC의 실사용 사례를 강화하고, 장기적 가치 저장 수단으로 BTC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테더는 이 같은 비전을 반영해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에도 BTC를 편입하고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테더는 약 76억 6222만 달러(약 10조 5655억 원) 규모의 BTC를 보유 중이다. 전체 준비자산의 5.1%에 해당하는 수치다. 테더는 미국 국채 외에도 BTC와 금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들 자산 가격이 올해 상승하면서 준비금 안정성 강화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USDT 매입자는 그만큼 BTC 가격 변동성에 간접적으로 노출될 우려가 커졌다. 테더는 지금까지 그룹연결(consolidated) 기준으로 준비금을 공시해 왔다. 이에 따라 자회사인 트웬티 원 보유분까지 향후 감사에 포함될 경우 USDT 준비금 내 BTC 비중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입법이 본격화되면서 테더가 향후 BTC를 대량 매도해야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JP모건은 2월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통과될 경우, BTC 보유분이 비적격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며 “규제 요건 충족을 위해 최대 8만 개 규모의 BTC를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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