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저성장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제조-서비스 융합 수출을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1일 발간한 ‘제조-서비스 융합 진단 및 수출 확대 방안’ 보고서에서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저성장 국면이 지속돼 상품 제조업에 편중된 수출구조로는 추가적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 수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우선 서비스 수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최근 10년간 세계 서비스 수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5.0%로 상품 수출(2.3%)을 2배 이상 웃돌았다. 경제적 파급 효과 측면에서도 서비스 수출이 전 산업에 유발한 부가가치는 2022년 기준 약 160조 원으로 2015년(86조 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서비스업 가운데 제조업 가치사슬과 밀접하게 연계된 분야의 부가가치·생산·취업 유발 효과는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주요 제조업 강국들은 서비스 산업의 중요도를 반영해 제조-서비스 융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은 제조 기업들의 서비스 융합 지원 전담기관을 설립했고 일본은 2050년까지 중장기 제조-서비스 융합 전략을 마련했다. 중국 역시 로봇 기술 등 중간재 서비스 투입 확대, 유지보수·원격진단·솔루션 등 서비스 가치사슬 확장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의 제조-서비스업 융합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제조업 내 서비스 중간재 투입 비중은 25.5%로 네덜란드(43.5%), 독일(40.0%), 일본(33.2%) 수준에 못 미친다. 특히 생산 과정에서 연구개발(R&D)을 제외한 정보통신기술(ICT)·마케팅·유지보수 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장벽은 주요국 중 가장 높다. 한국의 제조업 가치사슬 연계 서비스의 무역제한지수(STRI)는 지난해 기준 0.177로 독일(0.155), 네덜란드(0.128), 일본(0.077)보다 높았다.
우리 제조업 가치사슬 연계 서비스의 수출 비중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가치사슬과 밀접한 5개 서비스(유지보수·가공·지식재산권사용료·ICT·연구개발)가 전체 서비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1%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우리 서비스 수출의 대부분이 관광·콘텐츠 등 제조업 가치사슬과 직접적 연계성이 떨어지는 서비스에서 유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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