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검색·플랫폼·클라우드·안드로이드 등 방대한 사업 영역에 인공지능(AI) 접목을 가속화한다. AI 외부 서비스로의 확장에 고심인 오픈AI, 스마트폰을 지녔으나 AI가 취약한 애플과 달리 전방위에서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구글이 검색과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점유율 1위라는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AI 시장에서 ‘물량전’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20일(현지 시간) 미 마운틴뷰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회의 ‘구글 I/O 2025’를 열고 AI 모드, 제미나이 2.5·라이브 기능과 적용 대상 확대 등 최신 AI 개선 사항을 공개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1년 전 제품과 앱인터페이스(API)를 통한 한달 토큰(AI 연산단위) 처리량이 9.7조 개였으나 50배 늘어난 480조 개”라며 “제미나이 앱 월 활성이용자(MAU)가 4억을 넘었고 앱 내 제미나이 2.5 프로 사용량이 45% 증가하는 등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올 4월 챗GPT MAU가 8억 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픈AI의 발빠른 움직임에 후발주자로 전락했던 ‘AI 원조’ 구글이 추격 속도를 높이는 구도다. 실제 구글 AI 품질은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가 지휘봉을 잡은 후 급격히 개선 중이다. 지난달 공개한 제미나이 2.5 프로는 AI 모델 성능을 비교하는 LM아레나에서 전 분야 1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구글은 여기에 고급 추론 기능 ‘딥 씽크’를 더했다. 멀티모달 추론 성능을 평가하는 MMMU 테스트에서 오픈AI o3의 82.9%를 넘어서는 84.0%를 기록한 역대 최고 성능 모델이다. 기본 모델인 플래시 2.5는 토큰 사용량을 최대 30% 줄이는 한편 오픈AI처럼 고성능 AI 사용량을 대거 늘린 월 250달러 고가 구독제 ‘울트라’도 도입했다. 성능과 가성비를 동시에 잡겠다는 야심이다. 피차이 CEO는 “전 세대보다 10배 개선된 텐서처리장치(TPU)를 비롯한 세계 최고 수준 인프라 덕에 최고의 모델을 가장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파레토 프론티어(최적 효율점)’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자평했다.
구글은 타사가 지니지 못한 방대한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구상을 재확인했다. AI를 검색 등으로 확장시키는 오픈AI와 반대되는 전략이다. 지난해 선보인 AI 검색 요약 기능 ‘AI 개요(오버뷰)’는 보다 AI 챗봇에 가까운 ‘AI 모드’로 개편한다. 또 AI 에이전트 기능을 더해 개인화한 쇼핑, 예약 등을 지원한다. 음성 챗 ‘제미나이 라이브’는 애플 iOS에도 시야·화면 인식까지 무료 개방한다. 삼성전자와 개발 중인 스마트글래스는 젠틀몬스터 ·와비파커와 디자인 협업 소식을 알리며 기대감을 높였다.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애플을 향한 역공이다.
다만 구글의 전면적인 서비스·AI 결합이 반독점 소송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구글은 웹브라우저 크롬에 제미나이를 통합하고, ‘울트라’ 요금제에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묶어 판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광고·크롬 결합으로 독점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크롬 매각을 요구 중이다. 테크계 한 관계자는 “구글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서비스와 AI 결합이 필수”라며 “AI 도입이 늦어지면 기존 장악력을 잃게 되는 반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다 반독점 소송으로 크롬을 잃을 수도 있어 고심이 깊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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