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해 어느 큰 섬을 들른 적이 있다. 통계청의 어업 조사 현황을 살펴보고 조사 응답을 해주시는 어가(漁家)에 고마움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동 중에 이 섬은 세 가지가 없는 섬이라고 했는데 최근에는 없는 것이 한 가지 더 생겨서 네 가지가 없는 섬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부터 없는 세 가지는 신호등, 대문, 귀신이고 추가된 하나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씁쓸한 현실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저출생, 세계 최저 출산율, 초고령사회 등은 이제 너무 익숙한 단어지만 해결되지 않은 만큼 그 파급력은 커졌다. 기존에는 저출생 문제를 경제와 사회구조 중심으로 접근해왔다. 노동력 부족, 학령인구 급감, 지역소멸 등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통계청도 그간 인구구조 변화와 저출생의 복합적 원인을 파악하고자 장래인구추계의 주기를 5년에서 2~3년으로 단축했고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의 현황과 원인을 ‘출산현황·결정요인·정책제도’ 등 3개 영역 61개 지표에 기반해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저출생 통계지표’ 체계를 구축했다. 또 연간 및 분기로 작성되던 합계출산율을 월별로 공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온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거시적 분석과 접근을 통한 정책 추진이 실제 출산과 육아를 결정하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기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은 왜 자녀를 갖지 않으려 할까. 프랑스 르몽드는 “한국에서는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기에 저출산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즉 한국 사회에서 자녀를 갖는 것이 개인에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올해 새로운 미시적·개인적 접근을 시도한다. ‘인구동태패널통계’를 통해 1983~1995년생을 대상으로 개인의 혼인과 출산 선택, 이에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입체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기존 분석들이 특정 시점의 단면만을 봤다면 이번 통계는 출생 코호트(동일 출생연도 집단)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주거, 근로소득, 일자리 안정성, 기업 규모, 자산 등 다양한 변수가 혼인과 출산 시점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실증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연생(年生)별 선택 차이도 분석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1985년생과 1993년생이 30세에 경험한 혼인과 출산 경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파악하고 이들에게 각각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인구동태패널통계는 향후 활용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행정자료를 활용하는 전수 통계이므로 육아휴직·난임시술·주거지원 등 다양한 정책 데이터가 확보될 경우 이들을 연계해 저출생 지원 정책이 개인의 혼인·출산 결정에 미친 효과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석할 수 있다.
통계는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강력한 도구다. 통계청은 인구문제에 대한 통찰을 찾기 위해 다양한 인구통계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위기 대응에 필요한 이슈와 통계들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회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 체계를 강화해 전문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개발될 인구동태패널통계가 저출생 논의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공감과 이해를,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에는 보다 효과적인 지원책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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