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 대부분이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스칸다나비아 3국 화폐 환전 거래를 중단하면서 국내에서 이들 화폐를 사거나 팔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가 빠른 속도로 '현금 없는 사회'에 접어들고 일부 고액권 발급을 중단하며 수급 불안정성이 커진 영향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달 23일부터 덴마크 크로네(DKK), 노르웨이 크로네(NOK), 스웨덴 크로나(SEK)의 외화현찰 거래를 중단한다. 지금까지 우리은행은 인천국제공항 환전소에서 제한적으로 매도 거래를 허용해왔지만 이마저도 전면 중단되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지에서 유통 중단 화폐가 늘어나면서 수급이 불안정해진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지난해 이미 해당 통화들의 매입과 매도 등 환전거래를 중지했다. 국내에서 스칸다나비아 3국 환전 거래가 가능한 시중은행은 신한은행이 한 곳이다. 다만 신한은행도 지난 주부터 일부 고액권(1000크로네 단위)의 취급만 중단했다. 500크로네 단위 화폐의 경우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고 유무에 따라 유동적으로 교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해당 통화 조달처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수출입 중단을 발표한 상황"이라며 "당행은 말레이시아계 CIMB은행을 통한 소액권종 조달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금 결제 감소, 화폐 교체 등으로 이들 중앙은행이 통화 반출 규정을 강화하면서 수급불안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덴마크는 다음달부터 고액권인 1000크로네 단위 화폐의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50·100·200·500크로네 단위 지폐도 2028~2029년경 교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 세 나라는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발빠르게 갖추며 현금 결제 비중을 가파르게 줄여온 국가로 꼽히기도 한다. 세 나라 중 덴마크와 스웨덴은 유럽연합(EU) 가입 국가지만 이들 모두 유로화 대신 자국 통화 사용을 고수해왔다.
디지털 결제 확산에 따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도 이들 나라의 통화를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다만 최근 들어 세 나라는 현금 사용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데 따른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금 사용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스칸다나비아 3국 중앙은행은 △비상 상황에서의 결제 수단 확보 △금융 포용성 강화 △사이버 보안 우려 등 이유로 최소한의 현금 사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이달 정부에 "현금 지불 가능성을 보존하기 위해 구체적인 정치적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해 소매업체가 현금을 거부할 경우 벌금이나 제재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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