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교육에 대한 빗장을 걸고 나서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의 미래 인재 유치 역량이 하락할 것이란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 유학생이 미국 대학의 주요 재원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유학생 검열 강화는 대학의 우수한 교육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교육 기회 축소가 미국 혁신의 바탕이 됐던 인재 파이프라인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27일(현지 시간) 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 나라에 오길 원하는 모든 (외국) 사람을 심사하기 위해 우리는 모든 도구를 사용한다”며 "모든 주권국가는 (그 나라에) 누가 오려고 하는지, 왜 오고 싶어 하는지,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매체 폴리티코가 이날 입수한 국무부의 문건을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미국 유학생과 교환학생, 방문연구원, 연수자 등에 대한 사회관계망(SNS) 검증 과정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각국에 있는 미 대사관에 미국 한동안 입국 비자 인터뷰 일정을 신규로 잡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한 데 따른 답변이다. 사실상 미국의 교육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 문호를 좁히는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에 앞서 23일 하버드대에 대한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취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SEVP는 유학생 비자 등을 관리하는 국토안보부의 프로그램으로, 대학들은 SEVP의 인증을 받아야만 외국인 학생이 학생 비자 등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보증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다양성정책(DEI)폐지 기조에 비협조 적이었던 하버드대가 앞으로 유학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취지다.
이같은 조치는 당장 미국 대학의 경쟁력을 낮춘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유학생 입국에 대한 제한을 강화할 수록 각 대학의 재정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버드대 국제 오피스 통계(2024∼2025학년도 기준)에 따르면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약 6800명으로 전체 학생의 약 27%다. 미 국가교육통계센터(NCES)의 통계를 보면 하버드대보다 유학생의 비중이 더 높은 대학은 43개교에 달한다. 비영리 국제 교육자 협회(NAFSA)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에 110만여명의 유학생이 미 경제에 기여한 경제적 규모는 약 430억달러(약 5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수업료와 주택 자금이었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인재 확보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사이먼 마진슨 옥스퍼드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하버드대에 대한 공격은 끔찍한 정책적 실수”라며 “2차대전 이후 미국기 연구개발 분야에서 차지해 온 선도적 역할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 대학의 인재 파이프라인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중국이나 서유럽 등 해외 경쟁 대학에는 유리한 조치”라고 우려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고등교육연구센터의 존 오브리 더글러스 선임 연구원 역시 “학문적 인재를 미국으로 끌어오는 게 점점 더 위축되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면서 유학을 떠나려는 다른 나라 학생들이 미국 외에 다른 국가를 고려하는 경향도 감지된다. 대학입학 상담사인 하피즈 라카니는 뉴욕타임스에(NYT)에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 때문에 미국보다 영국이나 캐나다를 선택하는 국제 학생들이 있다”고 전했다.
유럽과 일본 등 해외 각 국은 미국의 해외 인재 경시 기조에 발맞춰 유학생 유치에 팔을 걷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을 제치고 세계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유한 유럽연합(EU)은 미국의 각종 과학 연구 예산 감축 기조에 발맞춰 최근 ‘과학을 위해 유럽으로(Choose Europe for Science)’라는 대륙 차원의 전략을 가동했다. 이는 과학 연구의 자유를 법으로 제정하는 등 연구진들의 신분을 보장하고 연구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유럽의 경우 미국보다 많은 약 166만명의 유학생이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져있으며 이는 유럽의 주요 외화 벌이 통로로 꼽힌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앞서 미국의 외국인 학생 등록 차단 조치로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하버드대 유학생이 발생하면 일본의 대학에서 받아들이는 등 지원 방안을 검토하도록 각 대학에 요청했다. 아베 도시코 문부과학상은 각의(국무회의 격) 후 기자회견에서 “의욕과 재능이 있는 젊은이들의 배움을 보장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력하면서 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도 하버드대 유학생 유치에 나섰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미국 정책에 영향을 받아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데 어려움에 직면한 학생이라면 누구든 홍콩에서 공부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특별행정구 정부는 8개 대학교육자조위원회(UGC) 지원 대학과 함께 불공평 대우를 받은 학생을 지원하고 그들이 홍콩에서 계속 공부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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