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맞이한 새로운 100년의 핵심은 진로의 글로벌화입니다. 소주의 세계화와 진로의 대중화가 가장 모범적으로 이뤄진 필리핀 시장을 교두보로 동남아 시장 진출을 확대하겠습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21일 마닐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필리핀 시장의 성공적인 현지화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는 2030년까지 해외 소주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김 대표는 "하이트진로는 한류에 힘입어 반짝 인기를 끄는데 그치지 않고 필리핀 현지 소비자의 일상에 깊이 스며든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앞으로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도 참이슬 진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7월 수도 마닐라에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현지화에 나섰다. 진로는 필리핀 진출 초기부터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해 관세청 무역 통계 기준의 필리핀 소주 수출 총액과 하이트진로의 자체 수출 실적을 비교한 결과 하이트진로는 약 67%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트진로는 진로의 주 소비층이 교민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진로의 대중화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최근 현지 교민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은 오히려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2013년 약 8만 8000명이던 필리핀 내 재외 동포 수는 2023년 약 3만 4000명으로 약 61%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소주 수출량은 약 3.5배 증가했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약 41.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현지 시장에 소주가 안착한 배경으로 △술로 사교하는 문화 △K드라마 등 한류 인기 △다수 유통 채널 입점 등을 꼽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삼겹살과 소주를 먹는 모습이 담긴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 등을 통해 인기를 끈 것이 수요 확산에 한 몫 했다. 폭넓은 유통망도 소주의 현지화에 속도를 붙였다. 소주는 현지 최대 유통사인 PWS와 SM그룹이 운영하는 마트, 전국 4000개 매장을 둔 세븐일레븐 등에 입점했다.
하이트진로는 현지에서 소주 수요가 과일 소주(청포도에 이슬 등)에서 최근 일반 소주(프레시)로 이동한 점도 현지화 성공의 사례로 꼽았다. 2021년만 해도 과일 소주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의 61%를 차지했지만 작년에는 일반 소주가 68%를 차지하며 역전했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소비자의 기호와 문화에 기반해 현지 음식과의 페어링 콘텐츠 개발, K팝 콘서트 후원, 디지털 마케팅 등을 확대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친밀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은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성숙한 주류 시장 중 하나로 당사 제품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글로벌 전략을 실행해온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 현지화 전략을 더욱 강화해 필리핀 법인이 전 세계 ‘진로의 대중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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