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술관 하나를 옮기는 게 아닙니다. 미술관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를 다시 설계하고 있습니다.” (조이 카 미국 멤피스 브룩스 미술관장)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에메랄드홀에서 진행된 서울포럼 2025의 특별 행사 ‘픽셀 앤 페인트’에서는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멤피스 브룩스 미술관의 이전 프로젝트가 스페인의 빌바오시를 재탄생시킨 ‘빌바오 구겐하임 프로젝트’를 잇는 후속 모델로 떠올랐다.
도시 연결하고 관광객 유입해 1억 달러 파급 효과 전망
1916년 개관 후 줄곧 멤피스의 미드 타운에 있던 멤피스 브룩스 미술관은 내년 중 미시시피 강변 근처로 이전해 확장 개관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문화적 상징으로 꼽히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지난 10년 간 300여건 이상의 전시를 기획하고 신관 건립을 담당한 카 관장이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멤피스의 미술관 이전 프로젝트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때 R&B 블루스 등 흑인 음악의 성지이지만 최근 수십년 간 침체를 겪어 쇠락한 이미지가 강했던 멤피스지만 도시의 기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의 AI스타트업인 xAI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10만개를 확보해 수퍼컴퓨터 데이터센터를 지난해 7월 첫 가동하고 멤피스에 본사를 둔 페덱스의 성장으로 일자리가 느는 등 활기를 찾기 시작하면서다. 멤피스 브룩스 미술관은 규모만으로는 LACMA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시의 협조로 4차선 도로를 우회하도록 해 미시시피 강과 미술관을 이어 공간을 확장했고 전면 유리를 대규모로 활용해 투명성을 강조했다. 한때 흑인 차별의 뿌리가 깊었던 도시의 역사와 단절하고자 하는 시도다. 카 관장은 “개관 후에는 매년 15만명의 새로운 관광객이 유입되고 1억 달러(약 1370억원) 수준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담한 시도를 두고 전세계의 문화계는 한 곳을 떠올렸다. 스페인의 바스크 지방의 쇠락한 철강·조선의 도시 빌바오가 1997년 프랭크 게리 건축가가 설게한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로 누적 관광객 2500만명은 물론 65억 유로(약 9조4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내는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로 탈바꿈한 사례다.
광주 비엔날레 키즈 탄생한 도시 브랜딩
이날 국내 미술관 업계에서도 도시의 중심으로서 미술관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안미희 광주비엔날레 이사 겸 전 경기도미술관장은 “80년대 이후에 태어나 문화계 전반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두고 ‘광주 비엔날레 키즈’로 부른다"며 “광주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해 시작한 광주 비엔날레가 지난 30년간 광주를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한 게 좋은 사례”라고 언급했다. 리노베이션 후 내년 하반기 재개관을 앞두고 있는 부산시립미술관의 서진석 관장은 “다문화·저탄소 등 새로운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는 미래형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부산시립미술관 자체가 오픈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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