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은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사라지며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농축수산물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물류 혁신으로 당일 배송이 가능해지면서 신선식품 시장이 유통업계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쿠팡 등 e커머스 기업들은 빠른 배송과 고객 서비스(CS)를 무기로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한편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은 식품 특화점포를 잇따라 오픈하며 신선식품 시장 수성에 나섰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된 농축수산물 거래액은 3조 7055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 3429억 원) 대비 10.8%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4분기(9801억 원)에 비해서는 3.8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쇼핑몰 전체 상품군 거래액이 37조 8434억 원에서 65조 4271억 원으로 73% 증가에 그쳤으며, 화장품 온라인 거래액은 오히려 3% 감소했다. 지난 5년여 동안 온라인에서 농축수산물 거래 증가세가 두드러진 셈이다. 해당 상품군은 대부분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에 해당한다.
이 같은 흐름은 주요 유통업태 매출 추이에서도 잘 나타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4월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같은 기간 1.9% 감소했다. 특히 온라인 매출 중 식품군의 매출 증가율이 21.3%로 서비스 부문(50.1%)과 함께 전체 온라인 매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유통업체 전체 매출 중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54.4%까지 증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오프라인은 명품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군의 매출이 감소한 반면 온라인은 음식배달과 e쿠폰, 여행 상품 등 서비스와 식품 중심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e커머스 업체들은 신선식품을 외형 확장의 핵심으로 보고 각종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국내 대표 e커머스 쿠팡은 ‘로켓프레시’를 통해 신선식품 품질과 종류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프리미엄 프레시’를 론칭하고 과일·수산·채소·정육·계란·유제품 등 12개 카테고리, 500여개 상품에 ‘프리미엄 프레시’ 라벨을 부착해 판매 중이다. 아울러 생연어·소고기·새우살 등 주요 신선식품을 해외 산지에서 직접 들여와 국내에 파는 ‘해외 직소싱’ 품목도 확대하고 있다.
1세대 신선식품 e커머스 강자 컬리는 네이버와 손잡고 신선식품 강화에 나섰다. 연내 네이버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입점해 자사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네이버로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신선식품 분야를 보완하고 컬리는 네이버의 폭넓은 고객군에 올라타 접근성 및 신규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지난달에는 신선식품 프리미엄관인 ‘더퍼플셀렉션’을 론칭했다.
오프라인 업체들은 경험을 앞세운 신선식품 특화점을 잇따라 오픈하며 시장 수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1월 롯데마트가 식료품 특화점 ‘롯데마트 천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이마트도 4월 신선식품 특화매장인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을 개점했다. 백화점들은 ‘레피세리’(롯데), ‘해녀의 신세계’(신세계) 등 자체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워 VIP 고객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재구매율이 높고 이용자를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가 커 배송 경쟁력을 확보한 e커머스에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분야”라며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빠른 배송과 신선한 품질, 가격경쟁력을 갖춘 곳이 승기를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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