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회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파월 의장과의 첫 공식 만남이자 사전 예고가 없었던 깜짝 회동이다.
이날 연준은 파월 의장이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만나 경제 성장과 고용, 물가상승 등 경제 전반의 흐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회동 사실을 공개했다. 이날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초청해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파월 의장에게 기준 금리를 낮추라고 요구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게 기준 금리를 낮추지 않는 것은 실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것은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에서 미국을 경제적으로 불리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대통령은 말했다”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동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 장관,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파월 의장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금리 결정 등 연준의 통화 정책에는 정치적 고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연준은 설명했다. 연준은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에 대한 자신의 전망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정책의 경로는 전적으로 앞으로 발표되는 경제 지표와 그에 따른 전망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연준은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동료들과 함께 법에 따라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라며 “해당 결정은 철저하고 객관적이며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 분석에만 기반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은 항상 늦다”고 비난하며 금리 인하를 거듭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지난달 17일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파월 의장을 해고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당시 관세 불안과 연준에 대한 독립성 침해 우려가 맞물려 주식이 폭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지난달 22일 “해임 생각이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금리 인하 압박은 지속되고 있다. 래빗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직책을 박탈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연준 의장 임기는 2026년 5월에 만료된다.
현재 연준은 관세 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물가 인상과 고용 둔화 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높여야 하고, 실업률이 오르면 금리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연준은 현재 금리를 동결한 채 한동안 지켜보는 관망(wait-and-see) 기조를 유지 중이다. 연준은 전날 내놓은 5월 FOMC 회의록에서 “참석자들은 성장과 고용 전망이 약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더욱 지속될 경우 위원회가 어려운 상충 관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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