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상호관세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지 하루 만에 또 다른 법원에 의해 복원됐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9일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전날 상호관세를 무효화한 연방국제무역법원의 판결 집행을 일시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앞서 국제무역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 범위를 초과한다”며 폐지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항소심 판결까지 관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궁극적으로 연방 대법원이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밝힌 만큼 관세 정당성을 둘러싼 법적 논란이 대법원의 최종 결정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시로 바뀌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나선 한국에 큰 부담이 된다. 고율 관세 폭탄을 터뜨렸다가 번복·유예하기를 반복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에다 법원의 엇박자까지 더해져 관세 혼란이 크게 가중됐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에 가로막혀도 우회로를 통해 관세를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관세 부과를 위한 3~4개의 다른 방법이 있다”고 언급했다. 사법적 논란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품목 관세율을 높이는 등 새 관세 카드를 내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으려면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치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 리스크와 사법 논란, 대체 관세 조처 등 새 변수가 속출하면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고조되는 불확실성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면 미국의 오락가락 관세정책에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 있다. 변칙적이고 불확실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일관된 해법은 우리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우리의 전략산업 경쟁력을 키워 수출 역량을 강화해야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통상 전쟁 파고를 넘을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취약한 경제 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수출 시장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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