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기업 업무 다양한 분야에 도입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복잡한 업무 체계를 고려한 여러 AI 에이전트가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멀티 에이전트' 체계가 주목받고 있다.
3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AI를 자사 업무에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AI 에이전트 간 유기적 협업 체계 구축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개별 업무의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복잡한 비즈니스 과제를 통합적으로 처리하고, 조직의 생산성과 혁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AI 에이전트란 사람의 개입 없이 사용자나 다른 시스템을 대신해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최근의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질문에 대한 응답을 넘어 상황과 의도를 파악해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고객 응대, 데이터 분석, 콘텐츠 기획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에이전트는 실제 인력의 역할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며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에 IBM은 기업용 멀티 에이전트 기반 솔루션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IBM은 여러 기업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의 수요에 맞는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쉽게 만들고 배포할 수 있는 '왓슨x 오케스트레이트(watsonx Orchestrate)'를 제공하고 있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여러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팀처럼 조율하는 멀티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기능이다. 각 에이전트는 역할을 나누고 서로 소통하며 충돌을 조정하는 등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복잡한 업무 과제도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처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왓슨x 오케스트레이트는 어떤 에이전트가 어떤 업무를 맡고, 어떤 도구를 활용할지 자동으로 판단해 업무 효율성과 처리 속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강점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Moody’s)도 AI 에이전트 활용에 적극적인 곳 중 하나다. 자체적인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해 금융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무디스는 총 35개의 AI 에이전트를 운영 중이며, 각자 프로젝트 관리, 데이터 분석,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서류 검토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을 통제하고 조율하는 ‘상위 에이전트’도 존재해, 전반적인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관리한다. 각 에이전트는 고유의 명령어와 데이터 접근 권한을 가지고 있어, 동일한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과 해석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Adobe)는 최근 고객 기업들이 자사와 서드파티 생태계에서 AI 에이전트를 직접 구축, 관리 및 조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플랫폼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터(AEP Agent Orchestrator)’를 출시했다. 고객들은 콘텐츠 제작, 데이터 인사이트, 고객 프로필, 고객 여정 관리 등에 특화된 10종의 어도비 AI 에이전트를 마케팅 등의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eBay)도 AI 에이전트를 적극 도입하며 쇼핑 경험 혁신에 나서고 있다. 이베이는 사용자가 상품을 찾거나 판매자가 상품을 업로드할 수 있도록 돕는 ‘AI 쇼핑 에이전트’를 출시하고, 이를 위한 자체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도 개발했다. 이 프레임워크는 다양한 대형 언어 모델(LLM)을 백그라운드에서 유연하게 활용하고, 작업 특성에 따라 가장 적합한 모델을 선택해 배분하는 오케스트레이터 역할을 수행한다. 코드 번역이나 간단한 프로그램 코드 생성이 필요한 경우, 해당 업무에 특화된 모델이 자동 투입돼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인 결과를 제공한다.
김지관 한국IBM 클라이언트 엔지니어링팀 총괄(상무)은 “AI 에이전트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마치 여러 악기를 조율해 하모니를 만드는 오케스트레이트가 필요하다"며 "중앙의 오케스트레이터는 작업마다 가장 적합한 에이전트를 적시에 활성화며, 이는 에이전트들이 단독 작동해 발생하는 비효율과 중복, 실행상의 빈틈을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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