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나가시마 시게오 요미우리 자이언츠 종신 명예 감독이 3일 일본 도쿄의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9세.
1936년생인 나가시마 감독은 1958년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 팀을 대표하는 강타자로 활약하며 요미우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데뷔 해인 1958년 타율 0.305에 홈런 39개, 92타점으로 홈런과 타점 1위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첫발을 내디뎠다.
프로 데뷔전에서 그는 재일교포 2세이자 전설적인 400승 투수 가네다 마사이치(한국명 김경홍)와 상대해 4연타석 삼진을 당했으나 이후 빠르게 프로 무대에 적응해 요미우리의 4번 타자 자리를 꿰찼다.
요미우리는 역대 4번 타자 명단을 따로 관리할 정도로 큰 의미를 둔다. 나가시마 감독은 1958년부터 무려 17시즌이나 요미우리의 25대 4번 타자로 활약했다. 또 대만 국적의 홈런왕 오사다하루(왕정치)와 번갈아 4번을 치며 공포의 ‘ON포’를 구성해 요미우리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일본프로야구 통산 17시즌 동안 타율 0.305, 444홈런, 1522타점으로 6차례 타격왕을 차지한 나가시마 감독은 1974년 “저는 오늘 은퇴하지만 거인군(요미우리 자이언츠)은 영원히 불멸”이라는 말을 남기고 선수 생활을 마쳤다.
은퇴 직후 요미우리 감독으로 취임해 5번의 센트럴 리그 우승과 2번의 일본 시리즈 우승을 달성하고 2001년 요미우리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일본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가 2004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야구계를 떠났다.
나가시마 감독은 선수, 감독, 종신 명예 감독을 거친 요미우리의 상징이다. 2013년에는 마쓰이 히데키와 함께 일본 국민영예상을 받았고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오사다하루, 마쓰이와 함께 성화 주자로 나섰다. 또한 2021년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는 최초로 일본 문화훈장을 받는 등 일본에서 국민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나가시마 감독은 ‘미스터 프로야구’라는 별명과 함께 사랑 받았다”고 전했다. 1960∼70년대 일본의 고도 경제 성장기에 맹활약하면서 영웅으로 더 대접을 받았다. 당시 일본 국민은 일과를 마치고 야구 경기를 보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고 최고 인기 구단 요미우리의 핵심 선수인 나가시마는 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는 인스타그램에 올해 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도쿄 시리즈 당시 나가시마 감독과 찍은 사진을 올리고 고인을 추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